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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지난 5년 우리는 달라졌는가

정민정 성장기업부장
촛불이 만든 文정부 기대컸건만
집권 3년차 인사 참사 등 씁쓸
닥쳐올 선거 앞, 민생은 또 뒷전
文, 초심 잊은건 아닌지 묻고싶다

  • 정민정 기자
  • 2019-04-15 17:05:58
  • 사내칼럼

세월호, 최저임금, 단원고, 4.15총선

[여명] 지난 5년 우리는 달라졌는가

꼭 5년 전인 2014년 4월16일, 우리는 참혹한 비극을 겪었다.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당시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은 사망자 대부분을 차지했던 단원고 학생들이 1997년생, 열일곱 살이라는 사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둔감해졌지만 문득문득 세월호 아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지금쯤 수능을 치렀어야 했는데’ ‘지금쯤 대학 캠퍼스를 거닐면서 연애를 할 나이인데’라는 안타까운 가정법이 꼬리를 물고는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원 시절인 2014년 8월19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김영오씨의 단식을 말리려 방문했다가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 당시 뙤약볕 아래에서 농성을 하던 문 대통령의 손에는 파커 J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라는 책이 들려 있었다. 촛불의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이 책은 ‘문재인표 정치’를 엿볼 수 있는 단초로 종종 인용되고는 한다. 파머는 “정치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위한 연민과 정의의 직물을 짜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버릴 때, 우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이들이 맨 먼저 고통을 받는다”고 했다. 짐작건대 문 대통령은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부서진(비통한) 자들을 위해 기존 정치 현실에 맞서 싸우면서 삶의 씨앗을 가꾸겠다는 결의를 다졌을 것이다.

누적 인원 1,500만명이 참여했던 촛불 혁명은 세계사에서 보기 힘든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일궈냈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증명해낸 이 땅의 승리에 환호했다. 그리고 기대했다. 촛불이 만들어낸 정권인 만큼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열릴 거라고.

정권 3년 차에 접어든 2019년 4월, 우리는 혼란스럽다. 흑석동 고가건물 투기 논란으로 옷을 벗은 전 청와대 대변인이나 강남 등에 보유한 부동산이 문제가 돼 자진 사퇴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35억원대 주식투자·불법거래 의혹으로 정국 대치 상황을 몰고 온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다. ‘88만원 세대’를 쓴 우석훈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의겸 건이 기분을 씁쓸하게 하는 건, 청와대 대변인쯤 한 사람도 결국 개인사로 돌아오면 상가 임대소득으로 노년을 설계하게 된다는 거다. (중략) 너무도 당당하게 말하는 설명을 보면서 기분이 더러워졌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 일갈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파머가 규정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는 여전히 우리가 사는 세상 바깥에 있는 듯하다. 단원고 학생 부모 상당수가 생계를 의지했던 반월공단은 주력산업 침체와 불경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이 겹치며 깊은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수도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반월이 이 정도니 다른 공단은 말할 것도 없다. 일감이 줄면서 공장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고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은 일당 벌이를 위해 인력시장을 전전하고 있다. 잔업을 마친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던 식당 중에서는 매물로 나온 곳이 상당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의 아픔을 그린 영화 ‘생일’에서 마트 계산원으로 일했던 순남(전도연)도 지금쯤 일자리를 잃고 구인정보를 뒤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표적 진보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삶의 조건이 정부 정책에 따라 언제라도 위협당할 수 있는 이들의 문제가 바로 민생”이라고 했다. 하지만 벌써 정치권은 내년 4·15총선 체제에 들어간 모양새다. 총선을 치르면 2년 후 있을 대선전에 진입할 것이다. 그러면 또 민생은 뒷전이다.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비통한 자를 위한 ‘문재인의 따뜻한 정치’는 어디에 있느냐고, 비통한 자의 눈물은 언제쯤 닦아주느냐고 말이다. 아직 세월호는 진행 중이다.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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