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월가에서도 암호화폐를 긍정적으로 보는 평가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암호화폐를 포함한 대안 결제사업 개발 담당자를 모집하고 있다. FT는 “애플은 아이폰의 월렛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비트코인 결제 지원을 조용히 준비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채용은 애플이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수년간 결제 사업을 확대해온 만큼 암호화폐 도입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애플은 지난 2014년 자체 모바일 결제 플랫폼인 애플페이를 선보였으며 2019년에는 애플카드로 금융 서비스에도 진출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결제시장의 화두다. 미국 페이팔은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라이트코인 등을 매매하고 암호화폐로 상품 값도 결제할 수 있게 하는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암호화폐 사업을 확대했다. 스퀘어를 비롯한 다른 핀테크들도 암호화폐 연계 결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는 물론 월가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10억달러(약 1조1,179억원) 이상을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매입한 적은 없다”면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안전자산으로도 언급되고 있는 암호화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비트코인을 장기투자 자산이 될 수 있을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암호화폐의 진화과정을 살펴보고 있었다”면서 “9조달러를 운영하는 장기투자자 입장에서 금과 유사한 자산등급으로 암호화폐가 장기투자 대상이 될 수 있을지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블랙록은 지난 1월 비트코인 선물을 투자적격 대상으로 포함한 바 있다.
반면 비트코인을 둘러싼 악재성 소식도 전해졌다. 최근 주요 도시에서 정전이 빈발한 이란이 전력 소비가 심한 암호화폐 채굴을 향후 4개월간 금지하기로 했다.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 참석해 "지금부터 오는 9월 22일까지 암호화폐 채굴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불법 암호화폐 채굴장이 허가 시설보다 6∼7배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레자 아르다카니안 에너지부 장관은 아르다카니안 장관은 올해 때 이른 더위와 암호화폐 채굴 열풍으로 전력 수요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부는 합법적으로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시설의 전력 소비만으로도 일일 전력 수요가 지난해보다 약 16%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당국에 허가받은 이란 내 암호화폐 채굴 시설은 50여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채굴장의 정확한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모하마드 하산 모테발리자데 국영 전력회사(타니바르) 사장은 "전력을 과도하게 소진하는 불법 암호화폐 채굴장을 단속하다가 총에 맞은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허가를 받은 암호화폐 채굴 시설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채굴 활동을 중지한 상태라고 타니바르는 덧붙였다.
여름철 이란에서 종종 정전이 발생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이란에서 정전이 평소보다 이른 시기에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암호화폐 규제에 이은 이란의 채굴 금지 조치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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