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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사 믿고 돈 보냈는데…계약금 먹튀, 난 이렇게 당했다 [코주부]

공인중개보조원 통해 보낸 계약금, 알고 보니 보조원이 꿀꺽

부동산 사기 다수 차지, 허술한 규제로 피해…피하는 법은

/서울경제DB




월세든 전세든 매매든 부동산 계약은 참 떨리는 일입니다. 자주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 뭐가 잘못되진 않을까 걱정하게 되죠. 그리고 언제 들어도 무서운 '부동산 사기'의 위험성. 팀 코주부는 최근 전세계약금 사기에 대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런 사기가 가능하다는 게 정말 어이가 없지만 한편으론 누구든 당할 수 있겠다 싶더군요. 사건의 전말을 풀어보겠습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만났지만


때는 지난 2021년 12월. 제보자 A씨는 서울 성북구에서 딱 마음에 맞는 전셋집을 찾았습니다. D공인중개사 사무소를 통해서였죠. A씨는 인상이 좋아 보이는 공인중개사 ‘조 이사님’을 통해 계약금 30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이후 사정이 생겨서 계약은 취소됐고 다행히 집주인은 계약금을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A씨는 마음을 놓고 기다렸죠.

하지만 몇 주가 지나도 3000만원은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조 이사를 몇 번 독촉했죠. 이 때까지만 해도 조 이사를 의심하진 않았습니다. 카톡 프로필에 아이 사진을 올려둔 사람이 설마요. 그러나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송금을 미루던 조 이사는 결국 실토했습니다. “계약금은 애초에 집주인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사업 때문에 제가 좀 썼다”고요. A씨는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하나하나 되짚어보겠습니다. ①조 이사의 정체. 그는 애초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공인중개보조원’이었습니다. 그의 명함에 적힌 공인중개사 자격번호는 D공인중개사 사장의 것이었구요.

②계약금의 행방. A씨는 애초에 집주인이 아닌 조 이사의 계좌로 3000만원을 보냈습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만났고 명함을 봐도 공인중개사 같으니까 “받아서 집주인에게 전달해 드리겠다”는 말을 당연히 믿었던 거죠. A씨는 “돌이켜 보면 뭐에 홀린 것 같다”고 합니다. 당하고 나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원래 범죄가 그렇습니다. A씨도 “설마 동네 복덕방에서 사기를 치겠어?”, “설마 내가 그런 사기를 당하겠어?”라며 그대로 믿었을 겁니다.

너무나 어려운 피해 보상


황당한 건, 조 이사는 잠적하진 않았습니다.

A씨의 전화나 카톡에 계속 응답했죠. 그리고 100만원, 200만원씩 계약금을 돌려보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코주부 에디터의 사실 확인 전화에도 “곧 해결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사건 4개월째인 현재 A씨는 아직도 1400만원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동안 분노하고 자책하느라 밤잠을 설친 A씨의 고통이 짐작되시나요.

결국 A씨는 법무사 사무소를 통해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경찰서에 찾아가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법적 절차는 아시다시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아무리 입금 내역, 카톡 대화 내역이 있어도 말입니다. 당하지 않는 게 최선인 거죠.

/서울경제DB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범죄를 피할 수 있을까요? 우선 상대방이 공인중개사인지 제대로 확인해야 합니다. 국가공간정보포털에 접속하면 부동산중개업조회를 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이름이 조회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왜 소비자가 이런 것까지 확인해야 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긴 합니다. 현재로선 정부 규제가 없어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나마 중개보조원이 자신의 신분을 반드시 고객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기사 읽기)이 발의되긴 했지만 아직 국회 계류중이고요.

◆중개보조원 더 알아보기
중개보조원은 4시간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매물을 보여주거나 일반적인 사무 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공인중개사가 아니니까 매매계약서를 쓸 수는 없습니다. 거래가 많고 규모가 큰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중개보조원을 수십 명씩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9~2021년 동안 중개보조원에 의한 사기·횡령 등 범죄 건수는 전체 사고 건수 129건 중 81건, 그러니까 3분의 2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수십 년째 소비자 보호 장치가 없다니 정말 어이가 없죠. 기껏해야 ‘중개보조원을 고용할 땐 등록관청에 신고한다’ 정도입니다.

허술한 규제, 피해자들의 눈물


중개보조원들을 폄하하려는 건 아닙니다. 분명 선량한 중개보조원님들이 더 많을테니까요. 하지만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인맥으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님들과 비교했을 때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더 어이없는 건, 중개보조원이 계약금을 수령한 것만으로는 법 위반이 아니라네요. 중개보조원이 계약서 날인을 하는 건 위법이지만, 계약금을 받는 행위 자체는 괜찮다는 겁니다. 이후 계약금을 안 돌려주는 사기를 친다면 문제가 되지만요. 중개보조원을 대상으로, 그리고 그가 근무했던 공인중개사 대표까지 엮어서 책임을 지라고 소송할 수는 있겠지만 그 기나긴 과정이 피해자에겐 또 고통일 겁니다.

그래서 당연한 결론은, ▲공인중개사가 맞는지 꼭 확인(대놓고 물어보지 않아도, 사무소 벽에 자격증 액자가 걸린 경우 많습니다) ▲계약금은 집주인에게, 입니다. 물론 집주인이 사기꾼일 수도 있지만요(실제로 당해서 피눈물흘렸던 에디터의 썰 다시보기). 이래저래 세입자는 고통스럽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정치인들이 이 글을 꼭 읽길 바라며, 코주부 독자님들은 무사히 좋은 집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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