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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人事방식의 교훈
입력2003-02-02 00:00:00
수정
2003.02.02 00:00:00
한국기업에서는 매년 1, 2월이면 주총을 앞두고 승진과 전보 및 퇴직 등의 인사이동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올해는 새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급격한 세대교체의 바람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생각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모든 개혁은 인사에서 시작되고 인사가 개혁의 전부라고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경영의 여러 요소 중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고 인재등용의 성패로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인사문제는 항상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다.
세계에서 기업 자산가치가 높기로 으뜸인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이뤄진 회장 선임과정은 한국기업들에 인사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잭 웰치 전 회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경영의 귀재이며 GE 회장으로 20년간 재임하면서 오늘의 GE를 만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시장 또는 미국에서 1등이나 2등을 하지 못하는 사업 분야는 미련 없이 포기하고 오직 핵심역량 분야만을 고집해 회사의 면모를 일신시킨 기업인이다. 이러한 경영인이 어떻게 후임자를 고르는지는 전세계 재계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일이었다.
웰치 전 회장은 차기 회장을 뽑는 데 자그마치 6년반의 긴 시간 동안 마음 속에 둔 후보를 여러 가지 선발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1차로 뽑힌 10여명의 후보들 가운데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 모두 탈락시키고 1차 선발과정에 끼지 못했던 젊은 중역 세명을 전격 발탁해 오랫동안 회장과 사외이사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의 세밀한 평가를 받도록 했다. 회장 후보들은 이사회에서의 발의과정은 물론 부하 직원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통솔하고 있는지, 경영에 대한 이념과 철학은 어떠한지 등을 판단하는 여러 테스트를 거쳤다. 그중에는 이사들과의 개인면담ㆍ동반여행ㆍ골프 등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과정을 밟아 현재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선임됐다. 탈락한 2명의 후보는 즉시 미국의 또 다른 일류기업인 3M과 홈디포에 스카우트돼 그 회사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GE가 다음 회장을 스크린하는 동안 고급인력 스카우트를 대행하는 소위 헤드헌터들이 세명의 후보에게 접근해 탈락했을 경우의 자리를 흥정하고 그 일을 성사시킨 것이다. 헤드헌터들은 GE 회장 후보에까지 오른 사람이므로 이들은 일류회사의 회장으로 영입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GE의 차기 회장 선임과정은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사안이니 만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다.
한국기업에서 인사의 중요성은 조직과 인력이 잘 갖춰진 미국기업에서의 그것보다 더욱 강조돼야 할 것으로 본다. GE의 회장 선임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첫째, 사외이사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이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한 뒤 많은 발전을 했다고 인정되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사외이사의 기능과 역할이 회사의 회장 선임과 같은 주요 인사결정은 물론 기업의 중요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수준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철저히 검증된 CEO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간에 활발한 인사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GE의 회장 자리는 하나지만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이 다른 회사로 옮겨서 그동안의 경륜과 경험을 반드시 활용하도록 한 사실을 긍정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21세기의 기업경쟁은 기술력과 마케팅에 못지않게 경영능력의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경쟁한 경험과 능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인정되지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우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에서 경륜과 경험을 쌓은 경영자가 중소기업에서 활약하도록 GE처럼 기업간 인사교류의 길을 열어야 한다. 다른 기업으로 옮겨간 경영인들이 대기업의 기업문화와 장점을 중소기업의 특수성에 결합시키면 한국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신장될 것으로 믿는다.
셋째,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은 많은 경험을 가진 유능한 인적자원을 사장시키는 등의 적지않은 문제를 유발한다. 경험과 연륜ㆍ지혜를 갖춘 노ㆍ장년층과 참신하고 박력 있는 젊은 인재들이 골고루 함께 일하는 기업문화가 형성돼야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명실공히 선진7개국(G7)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인적자원이 원활히 소통되도록 중간역할을 하는 헤드헌터의 기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서비스 업체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헤드헌터들이 초기단계이고 활동도 활발하지 못한 실정이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인적자원을 발굴해 필요한 기업에 연결시키는 역할은 물적자원의 수요ㆍ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기능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헤드헌터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조기 퇴직자와 인재를 찾는 기업 사이에서 중매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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