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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 기슭이나 길가에서 자라는 인동초는 겨울에 강한 식물이다. 가는 넝쿨 형태로 자라면서도 추운 겨울을 이겨 내고 봄에 다시 싹을 틔운다. 인동초처럼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봄을 기다리는 펀드가 있다.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였던 시장에서도 꾸준히 벤치마크(코스피200지수)를 따라가며 하반기 대형주 강세장을 기다리는 IBK그랑프리한국대표펀드가 주인공이다. 이 펀드는 회전율이 150%로 일반 대형주 펀드의 평균 회전율(200%)에 비해 상당히 낮다. 철저하게 분석해 선정한 종목에 대한 신뢰를 장기 투자로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김현수(사진) IBK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팀장은 "기업의 제대로 된 가치를 찾기 위해 좀 더 돌아다니고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서 불리한 시장 상황을 인내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자신의 투자철학을 강조했다.
그랑프리한국대표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의 GARP(Growth at Reasonable Price) 전략과 윌리엄 오닐의 이익증가율 전략, 필립 피셔의 장기 성장성 전략을 바탕으로 투자한다.
GARP는 이익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투자전략을 살펴보면 시장을 경쟁시장ㆍ과점시장ㆍ독점시장으로 나누고 수익성을 고ㆍ중ㆍ저로 분류한 뒤 과점시장에서 고수익을 내는 업종 대표기업을 핵심 포트폴리오로 삼는다. 김 팀장은 "독점시장에서는 정부의 규제 때문에 고마진을 실현하기 어렵고 경쟁시장도 수익성이 낮다"며 "현금흐름이 좋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점시장의 대표 종목들로 80%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적인 종목으로 CJ를 꼽았다. CJ는 소수의 생산자로 구성된 과점시장에 있는 내수 대표 업종이다. 김 팀장은 2011년 7만~8만원 했던 CJ를 매수해 올해 초 15만원까지 올랐을 때 매도했다. 최근 가장 많은 수익률을 낸 종목이다.
그랑프리한국대표펀드는 중요한 지표로 분기별ㆍ연도별 순이익 증가율도 살핀다. 회사의 실질적인 이익증가율이 주가를 끌어올린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방문을 통해 예상 실적과 장기 성장성을 평가해 기업의 정성적 분석의견도 반영한다.
이 같은 세 가지 전략을 통해 그랑프리한국대표펀드의 수익률은 꾸준히 벤치마크를 이겨왔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 펀드는 2006년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 73.12%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수익률도 코스피200지수(7.12%)보다 앞선 7.44%를 기록했고 3년 수익률(24.01%), 5년 수익률(31.43%)도 벤치마크 수익률(14.86%, -11.54%)보다 우위를 보였다.
그랑프리한국대표펀드는 하반기 대형주 강세장이 점쳐지면서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팀장은 "중소형주가 많이 오른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코스닥시장에서 비중이 큰 내수업종 즉, 음식료ㆍ섬유의복ㆍ의약품 업종 등의 상승세가 커졌기 때문"이라며 "올해 하반기 미국 경기여건이 좋아지고 유럽이 긴축모드에서 성장모드로 전환한다면 총 수요가 증가해 경기개선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대형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내수와 관련된 음식료ㆍ섬유의복ㆍ의약품ㆍ유통 업종 중 대형주는 5.9%, 중형주 29.6%, 소형주 23.7%이고 경기와 관련된 전기전자ㆍ운수장비 업종 중 대형주는 48.2%에 달한다. 경기가 좋으면 대형주가 살아나고 경기가 좋지 않으면 중소형주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그랑프리한국대표펀드는 앞으로 중소형주도 편입을 확대해 펀드 수익원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코스피 전체에서 대형주는 8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랑프리한국대표펀드는 대형주를 92% 정도 편입하고 있다"면서 "대형주 강세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대형주의 편입비중이 시장에 대비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수익을 오히려 스스로 제한하는 면이 있어 중소형주 비중을 15%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형주 비중을 15%까지 늘려도 대형주는 여전히 85%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형주 장세에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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