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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잘못된 단추 끼우기

엊그제 아침 출근을 위해 와이셔츠를 입다가 아이셔츠 단추를 하나씩 밀려서 잠근 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입다가 마지막 단추가 하나 남은 것을 보고서야 ‘아! 내가 단추를 잘못 끼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추 하나를 잘못 끼우니 모든 것이 다 일그러진 것이다. 최근 통신시장이 한참 뒤숭숭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의 ‘훈수’로 정보통신부가 기존 정책을 헌신짝 버리듯이 내던지고 인위적인 요금인하를 결정한 후 그야 말로 벌집 쑤셔놓은 것 같다.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의 절대 강자 SK텔레콤이 이달 1일 전격적으로 요금인하 방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요금을 내리면서 기본료격인 월정액은 왜 갖다 붙이냐며 비난한다. 요금인하를 했지만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열흘 이상 지난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기업도 불만이 가득하다. SK텔레콤은 “하라는 데로 다 했는데 더 이상 무엇을 할 게 있냐”고 하소연을 하고 있고 KTF나 LG텔레콤은 “도대체 어떤 요금을 내놓아야 하냐”며 오히려 물어보러 다닌다. 일부에서는 “아예 왕창 무료통화 시켜주고 문닫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장도 각종 설이 난무하면서 도대체 갈피를 못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 모든 원인은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요금인하는 당초 시장 경쟁을 통한 자연스런 흐름으로 다가와야 한다. 그것이 첫 단추 구멍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기조를 저버린 채 하루아침에 ‘요금 안 내리면 가만 안 놔두겠다’며 엉뚱한 곳에 단추를 끼웠다. 그러다 보니 통신시장이라는 옷이 엉망이 됐고 모든 것이 흐트러졌다. 오히려 혼란이 안 생기면 이상할 정도가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업체에도 요금인하를 강요하는 모습이다. 얼마 전 점심을 한 통신사와 같이 식사를 하면서 들었던 얘기다. “정통부에서 자꾸 망내할인 제도를 도입하라고 재촉해 죽을 지경”이라던 그는 “계속 몰아세우는 모습이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모든 것을 결정할 모양”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다시 끼우면 된다. 뒤틀린 옷을 입고 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라도 바로잡으면 된다. 시장에서는 요금 정책이 시장이라는 자기 단추구멍에 끼워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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