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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10월 13일] 희망만으로 부여한 노벨평화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 선정은 심지어 그의 지지자들에게도 놀라움을 불러 일으켰다. 노벨위원회가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며 역대 최초로 '노벨 미래평화상'을 수여한 데에 어리벙벙(bemusement)할 뿐이다. 조지 W 부시가 공직에서 은퇴한 지 오래지만 유럽은 다시는 그러한 부류를 보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미국에 인식시키길 원하는 것 같다. 지난 2002년 지미 카터, 2007년 엘 고어, 올해 오바마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최근 노벨 평화상 수상은 '노벨 반(反)부시 평화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서 드러나듯 유럽의 외교정책은 편협한 특성이 있다. 노르웨이는 오바마의 비전에서 유의미한 것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토르비에르 야글란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CNN 인터뷰에서 "그는 이미 많은 것을 해냈다"며 "이 상은 그가 추진하는 이념들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념들은 무엇인가. 노벨위원회는 "오바마의 외교는 전세계의 다수가 공유하는 가치와 입장을 근간으로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이념에 기반하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세계는 정말 넓은 곳이고 그 중 상당수 지역은 독재자와 악당이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이념을 따른다면 이들도 유엔총회에서 미국과 동등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유럽은 미국이 마침내 전세계의 다수와 어울리며 평등한 지위를 갖게 된 것에 찬사를 보내며 환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힘이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판단한다. 그는 국제문제를 주로 유엔을 통해 해결하고 국제사회에서 타국과 평등한 지위를 갖는 겸손함을 갖추기를 원한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전세계의 문제는 한 명의 리더 또는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의 종말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보편적인 타당성을 가진 미국적 가치가 예외 없이 추진돼야 하며 필요시에는 군사력을 통해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믿음 말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위원회가 희망한 대로 다수의 가치를 따르는 그의 '담대한 희망'을 실현시켰는지는 최소 3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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