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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마비… 수출 “앞이 안보인다”/산업별 주력품목 수출실태

◎가전·기계­은행 네고끊겨 신규수출 어려워/유화·정유­목표초과불구 공급과잉등 불안/반도체­물량늘었지만 값하락에 ‘뒷걸음질’/자동차­환율예측난… 해외판매 손도 못대/섬유·조선­가격경쟁력 높아져 ‘구름속 햇빛’원화환율이 최고치의 경신속에 1천7백원대를 넘어서며 거래가 중단되는 등 외환시장이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수출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원자재 자급도가 높은 업종은 수출여건은 다소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바이어들의 가격인하 요구와 외국환은행들의 수출입 환어음에 대한 인수는 물론 신용장 취급마저 기피, 오더는 있지만 수출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주력품목들의 수출실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가전=수출경쟁력이 살아나면서 수출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뛰는 환율에도 효과는 아직 미미한 상태. 바이어들이 환율상승폭 만큼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중남미의 경제불안으로 이 지역수출도 부진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의 수출입네고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신규수출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철강=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해 수출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서울,제일은행 등을 통해 일람불신용장을 만들려던 철강업체들이 일제히 개설을 거부당했다. 한 관계자는 『현금이나 다름없는 일람불 신용장마저 개설이 안된다면 수출산업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지난해부터 내수가 포화상황에 이르자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올들어 지난 10월말 현재 수출은 56억4천5백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5.2% 늘었다. 그러나 동남아 경제위기에 따라 현지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밀어내기 수출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지속적인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 증대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물량이 늘고 있으나 가격이 워낙 바닥을 헤매고 있어 전체 수출액은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연말특수도 PC등의 세대교체가 더뎌지면서 예상보다 저조하다. 산업특성상 장비를 새로운 제품으로 꾸준히 교체해야 하고 원자재수입이 많은 터여서 환율상승에 따른 지출은 더욱 커져 수지개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조립업체는 수출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일단 수출환경이 긍정적으로 조성됐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이 럭비공처럼 튀고 있어 환율상승에 따른 현지 판매가 인하, 대리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현지 판매확대정책에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환율상승이 현지 판매가격인하와 이로인한 수출증대로 이어지는 시기는 내년 1·4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김뢰명 현대자동차수출본부장은 『가격정책과 수출목표 등 내년사업계획을 전혀 짜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환율을 얼마에 맞춰 계획을 잡을 지 모르겠다는 것. ◇석유화학·정유=원료의 해외의존이 비교적 적은 유화업계는 수출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지난해(54억달러)보다 8억달러 늘어난 62억달러의 수출목표를 잡았던 업계는 이미 지난 10월 57억달러를 돌파, 연말까지 67억달러를 올려 목표를 5억달러 가량 초과달성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고조와 주시장인 동남아의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감소, 국내의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폴리프로필렌, 합섬원료 등 주요제품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하락하고 있는 점도 큰 애로 요인이 되고 있다. ◇기계=『신규수출은 거의 꿈을 꾸지 못하고 있다. 단지 밀어내기 수출로 연명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환율상승으로 모처럼 수출확대의 호기를 맞았으나 은행의 수출입 네고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돼 신규수출이 거의 중단된데다 주력시장인 동남아지역에 대한 수출이 막혀 버렸다는 것이다. ◇섬유·조선=섬유업계는 환율폭등으로 상당한 이익을 보고 있다. 동국무역은 올해 환차익만 2백억원에 이르는 등 대다수 업체들이 내수부진을 환차익으로 만회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금융시스템이 점차 마비돼 수출물량이 늘어날 수록 자금난이 심화되는게 문제점이 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폭발적인 미달러화의 강세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조선산업만 놓고 보면 달러화의 가치가 올라 갈수록 경쟁력은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외국 금융기관들이 외국계 은행의 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영업에 타격을 입고있다.<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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