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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거지 성자'.. 페터 노이야르 이야기
입력1999-06-06 00:00:00
수정
1999.06.06 00:00:00
이용웅 기자
『물은 만물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 이롭게 해주지만 자신을 위해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비천한 곳에 머물러 있다. 그러므로 물은 도에 가깝다. 강과 바다가 모든 계곡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낮은 곳에 처하며 모든 골짜기의 물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독일의 뒷돌목을 어슬렁거리는 거지 페터 노이야르. 나이 57세로 추정. 185㎝정도의 거구. 독일인이라는 것 이외에 출생 및 교육등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다. 68년 프랑스 5월 혁명에 참여했던 것으로 보아 청년 시절의 사상에 대해 조금 엿볼 수 있다. 청년 시절에 사랑했던 연인의 갑작스런 죽음과 서구 문명에 대한 회의로 방황과 여행을 가듭하던 중 동양사상에 심취해 옛날 붓다가 살았던 방식인 가리카, 즉 집없는 출가 수행자의 길을 독일 도시의 한 복판에서 걸어가고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누더기와 작은 손수레, 보자기, 실과 바늘이 전부이다.
독일에 건너가 인도학과 티베트학을 공부한 전재성씨가 그곳에서 거지 한 사람을 만나 7년을 함께 한 경험을 책으로 옮겼다. 「거지 성자」라는 제목이 붙혀진 이 책에는 현대사회를 낯설게 바라보면서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페터 노이야르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7년 동안 페터 선생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 사람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성자라고 확신한다. 탁발로 얻은 과일과 채소, 흑빵만으로 하루 한끼의 식사만을 하고 거지처럼 살고 있지만 24시간 늘 깨어있는 명상의 대가이기도 하다.
페터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여인과 추한 여인이 있었네. 그러나 아름다운 여인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경멸당했고, 추한 여인은 스스로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았지. 들에 핀 꽃들을 보게. 그들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아름다운 것일세. 그래서 예수는 말했지. 이 이름 모를 꽃들과 바빌론의 영화를 바꾸지 않겠다고.』
「거지 성자」는 우리시대의 반영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결코 유명해지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 들지 않지만 내적 명상의 길을 제시해주고 있는 사람. 욕망을 버리면서 신과 가까워진 페터 노이야르의 이야기는 독자들을 내적 반성의 세계로 옮겨주고 사색의 길로 인도한다.
저자는 페터 선생과의 만남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정신은 화석화된 돌이 아니고, 그 속에 갇혀 있을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감각적인 쾌락의 속에 갇혀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헤어날 수없는 이중의 돌로 된 감옥이다. 페터 노이야르. 그는 정신을 가두고 있는 돌을 깨트리고, 마침내는 유폐된 정신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한 사람이었다. 그는 완전한 가난, 즉 무소유를 실천한 사람이었다.』
도서출판 선재 펴냄. 7,500원.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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