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에 정부가 갑자기 들고나온 휴일근무 제한조치는 애초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이나 산업계의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일찍이 근로시간 단축 취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일감을 나눠 갖는 것도 좋지만 기존 일자리와 임금을 쪼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방식은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업체들은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생산시설을 아예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멀쩡한 일자리까지 사라지게 만드는 역효과마저 우려된다. 대다수 기업들이 자체 특수사정에 맞춰 휴일근무를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는 점도 획일적인 정책시행에 무리가 많음을 입증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경제주체의 폭넓은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실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휴일근무가 제한되면 근로자 임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업이 84.3%에 달해 당장 근로자의 반발을 가라앉히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다. 행여 중소기업들이 일손을 구하지 못해 해외 납품이라도 끊긴다면 정부에서 책임질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이제라도 실업률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한 대증요법식 정책에 매달리지 말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이 정 불가피하다면 노사정 간 충분한 논의와 준비기간을 거쳐 기업규모나 업종별로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해 기업에 충격이 없도록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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