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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상처보다 4등이 더 두려운 어른들에게

[리뷰] 4등

영화 ‘4등’ 스틸 컷 /제공=프레인글로벌




영화 ‘4등’ 스틸 컷 /제공=프레인글로벌


초등학교 5학년생인 준호(유재상)는 수영을 좋아한다. 남들보다 늦게 수영을 시작했지만 금세 실력을 키워 선수생활을 시작했을 정도로 소질도 있다. 하지만 대회만 나갔다 하면 매번 ‘4등’. ‘아이가 상처받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운’ 엄마(이항나)는 어떻게든 준호를 메달권 내로 올려줄 수 있는 코치를 찾고 전직 국가대표 출신 코치 광수(박해준)를 고용한다.

광수와 준호의 연습은 순조롭지 않다. 광수는 준호에게 재능은 있지만 1등을 하겠다는 ‘간절함’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 간절함을 강제 주입하기 위해 폭력을 쓴다. 준호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마다 광수는 매를 들고, 준호는 그런 코치가 무서워 죽기 살기로 연습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통했던 걸까. 준호는 다음 대회에서 ‘거의 1등’인 2등을 해 은메달을 목에 걸고 가족 모두는 기쁨에 들뜬다. 준호의 동생 기호가 해맑은 표정으로 묻기 전까진. “형, 정말 맞아서 잘하게 된 거야? 예전에는 안 맞아서 만날 4등 했던 거야?”



국가인권위원회의 12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 ‘4등’이 던지는 화두는 ‘스포츠 인권’이다. 1등을 위해서라면 폭력도 서슴지 않는 스포츠계의 악습을 조명하는 것. 영화에서 코치인 광수는 사실상 폭력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명인데, 그는 타고난 재능으로 주목받던 선수였지만 국가대표 감독의 지나친 폭력에 항의해 수영을 관두었던 과거가 있다. 하지만 코치가 된 그는 “잡아주고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라며 스스럼없이 매를 든다. 연출을 맡은 정지우 감독은 이 아이러니를 통해 스포츠계에서 폭력이 어떻게 유전돼왔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초등학생 준호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청소년 인권에 대해서도 말한다. 누구든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명제는 아이들에게도 당연히 적용되지만 어른들은 종종 그 사실을 잊곤 한다. 엄마의 등쌀에도, 코치의 폭력에서 ‘거의 1등’밖에 못 했던 준호가 스스로의 간절함 속에서 진짜 1등을 이뤄내는 모습을 보며 잊고 지냈던 아이들의 선택권에 대해 다시금 떠올릴 수 있기를. 13일 개봉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영화 ‘4등’ 스틸 컷 /제공=프레인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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