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16일 러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일본 반환을 둘러싼 양국 협상에 먹구름이 잔뜩 끼면서 아베 신조 총리의 행보가 다급해졌다.
12일 일본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가 15일 야마구치현에서 열리는 러일 정상회담에 앞서 러시아 측에 외무차관급 실무협상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협과 달리 사실상 논의가 정체된 영토 문제에서 어떤 식으로든 진전을 이루기 위한 막판 절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다. 아베 총리도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북방영토 출신 일본인들과 만나 “내 세대에서 (북방영토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결의로 정상회담에 임하겠다”면서 “일보라도 전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이 2차대전 이후 71년 동안 미뤄온 평화조약 체결과 영유권 분쟁 해결의 역사적 무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왔다. 동북아에서 날로 공세를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북방영토 회복이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올리려는 아베 총리와 서방의 대러 포위망을 뚫기 위해 일본과의 협력이 절실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양국에서는 올가을까지도 우호적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차기 미국 정부를 이끌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와의 관계개선 의사를 내비치자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굳이 일본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 영토 문제에서 타협할 이유가 줄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최근 들어 “쿠릴 4개 섬은 러시아 영토”임을 거듭 강조하는가 하면 일본 측이 동물애호가인 푸틴 대통령에게 방일 기념 선물로 주려 한 아키타견을 거절하는 등 경직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만일 협상이 진전돼 지난 1956년 소련 시절 일본과 합의한 공동선언에서 ‘평화조약 체결 후 인도’ 방침을 명시한 시코탄·하보마이 두 섬을 일본에 반환하더라도 이들 섬이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일본이 바라는 4개 섬 일괄반환이 아니라 2개 섬만 반환하는 협상에서도 양국이 타협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포린폴리시는 러시아인의 78%가 쿠릴열도의 일본 반환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수주의’ 지도자인 푸틴이 일본과 타협하기는 쉽지 않다며 어차피 두 지도자가 2020년 이후까지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는 만큼 영토 문제는 매우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영토 협상이 막힌 가운데 일단 아베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방영토에서의 공동 경제활동 논의 개시에 합의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홋카이도신문은 일본 정부가 영토 주권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양국 협력의 상징적 의미로 북방영토에 일본과 러시아가 공통의 법·제도하에 활동할 수 있는 ‘공동입법지역’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본은 1956년 공동선언에 명시되지 않은 이투루프·쿠나시르에 공동입법지역을 설치해 추후 4개 섬 반환의 가교로 삼으려는 입장인 반면 러시아는 이들 두 섬이 영토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 추후 논의과정에서 양국 간 이해관계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