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가기 위해 택한 경로는 경복궁역→사직터널→서대문역→서울역→반포대교→올림픽대로→삼성동. 촛불집회가 매주 벌어졌던 광화문광장을 피하기 위해 최단경로를 택하지 않고 우회로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딸로 18년, 대통령으로 4년간 머물던 청와대를 영원히 떠났다. 자택에 도착해서는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청와대를 떠날 때는 아무런 메시지도 없었고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그저 말없이 떠날 뿐이었다. 자택에 도착한 직후에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대국민 메시지를 남겼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의 퇴거는 13일 오전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떠나기로 결심하고 오후4시께 비서동인 위민관을 찾아 근무 중인 참모들과 작별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전속 사진 및 영상 촬영팀이 위민관에 간 것으로 미뤄볼 때 박 전 대통령은 이때 참모들과 마지막 기념사진도 찍은 것으로 짐작된다. 곧이어 고위 참모 전원에게 청와대 복귀 지시가 떨어졌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들과 함께 오후6시에 관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출발한 것은 해가 진 뒤인 오후7시16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경호차량 등에 둘러싸여 ‘독립문→서울역→삼각지→반포대교→영동대로’ 등을 거쳐 오후7시37분 무렵에야 삼성동 자택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도착하자 전직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맞이했다. 허태열·이병기·이원종 등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 3명과 민경욱 전 대변인, 전광삼 전 춘추관장 등 이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이른바 ‘진박’으로 분류되는 김진태·윤상현·조원진·박대출·서청원·최경환·이우현 의원 등이 현장에서 박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이날 자택 앞 골목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 800여명(경찰 추산)이 일찌감치 진을 치고 기다리다가 박 전 대통령이 도착하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맹준호·김지영·박진용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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