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대명사가 된 ‘미슐랭 가이드’는 어째서 타이어 회사가 만들게 된 것일까.
미슐랭은 지난 1889년 프랑스 중부 클레르몽페랑 지역에서 앙드레·에두아르 미슐랭 형제가 설립한 타이어 회사다. 타이어를 겹겹이 쌓아 사람 형태로 만든 이 회사의 마스코트 ‘비벤덤’은 이름은 생소해도 못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미슐랭이 가이드북을 고안한 이유는 자동차 여행을 장려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당시 프랑스에는 자동차가 약 3,000대밖에 없을 정도로 드물었고 도로 사정도 열악했다. 자동차 여행은 돈도 많이 들고 위험하기까지 한 모험이었던 셈이다. 내무부 산하 지도국에 근무하고 있던 앙드레 미슐랭은 자동차 여행을 북돋울 수 있는 여행 가이드북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이들은 1900년 식당과 숙박시설·주유소 등의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을 내고 미슐랭 가이드, 프랑스어로 ‘기드 미슐랭’이라 이름 지었다.
초기에는 타이어 정보나 도로 법규, 자동차 정비 요령, 주유소 위치 등이 주된 내용이었고 식당 소개는 운전자의 허기를 달래주는 차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호평을 받자 1922년부터 유가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이후 대표적인 미식 안내서로 명성을 날리게 됐다.
미슐랭의 별점 등급에서도 이 같은 태생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최고점인 별 세 개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의미다. 별 둘은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 별 하나는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유럽과 미국을 거쳐 아시아에까지 확산하며 대성공을 거두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1957년부터 스페인과 영국·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출간되기 시작해 ‘미슐랭 뉴욕 2005’ ‘미슐랭 도쿄 2007’ 등 세계 곳곳에서 가이드를 발간했다. 한국에서는 2016년 11월 ‘미슐랭 가이드 서울 2017’이 260쪽 분량으로 출간됐다. 미슐랭 가이드 레드 시리즈 서울편은 전 세계 28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일본·중국·싱가포르 이어 네 번째로 발간됐다.
유명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레드 시리즈’ 외에 미슐랭 가이드는 여행지의 볼거리를 소개하는 ‘그린 시리즈’도 발간하고 있다. 꼭 가봐야 할 곳은 별 세 개, 추천하는 곳은 별 두 개, 흥미로운 곳은 별 한 개로 구분한다. 한국에서는 2011년 5월 발간된 바 있다. 한국의 여행지 중 ‘꼭 가봐야 할 곳’은 23곳, ‘추천하는 곳’은 32곳, ‘흥미로운 곳’은 55곳으로 모두 110곳이 소개됐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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