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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변호사가 성폭행 피해자에게 “평소 성격이 발칙하죠?”

女영화감독 "재판과정서 2차 피해 입었다" 폭로

변호사·재판장 등 피해자에 노골적 성적취향 질문

증인에게도 "경험담으로 영화 만들지 않나" 물어

유명 여성 영화감독이 다른 여성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은 사실을 폭로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미투’ 캠페인이 영화계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2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영화감독 A씨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2015년 같은 학교 동기인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후 재판장과 변호사, 학교 교수로부터 전방위적인 2차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B씨는 술자리 후 둘만 남겨진 방에서 A씨의 신체 부위를 이용해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준강간)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받았다.

A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2015년 진행됐던 1심 재판에서 B씨 측 변호사는 당시 A, B씨가 함께 다니던 학교의 교수로서 B씨의 지도교수인 C 교수를 증인으로 불렀다. 변호인은 C 교수에게 “평소 A씨의 영화에는 발칙하고 성적인 이야기, 동성애적 코드가 포함돼 있지 않았느냐”, “영화감독이 처음 영화를 만들 때는 보통 자신의 경험담이나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을 만들지 않느냐”는 등 A씨의 성적 취향과 관련한 질문을 했다. 당시 재판장 역시 C 교수에게 “A씨가 평소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성적 주제들에 대하여 발칙하고 도발적으로 표현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C 교수는 이에 대해 “그렇다. A씨는 성적 욕망에 대한 탐구를 영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B씨 측 변호사는 이 같은 A씨의 성적 취향과 작품 방향을 근거로 두 사람이 서로 합의한 성행위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같이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자신의 작품성향과 성적취향을 연계하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A씨는 “당시 B씨의 변호사는 사건 당일 행위에 강제성이 있었느냐는 질문 대신 이 같은 취지의 질문을 계속했다”며 “나의 성적 취향이 선정적이면 강간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이어 “교수의 개인적 해석일 뿐만 아니라,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평소 영화 철학과 당시 상황이 연결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C 교수가 법적 처벌 보다 합의를 종용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C 교수가 집무실로 불러 가보니 3시간 동안 고소를 취하하라고 나를 설득했다”며 “‘여자들끼리 술 먹고 이런 일 일어난 게 대수냐. 취하 못하겠다면 검사를 직접 만나겠다고’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C 교수는 A씨가 고소를 취하하지 않자 A씨의 남자친구까지 만나 취하를 종용하기도 했다. A씨는 결국 C 교수에게 당한 2차 피해를 탄원서로 만들어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C 교수는 이에 대해 “같은 학교 학생들이었는데 형사고소를 하면 둘 모두 크게 다칠 것 같아 부모 같은 마음으로 화해를 시키려 했다”며 “평소 내 말투가 조금 센 편이라 당시 학생이 억압적으로 느꼈을 수 있지만, 섣불리 화해를 종용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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