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부동산 규제로 서울 강남4구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전반적으로 뜸한 가운데서도 속속 신고가가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이 다주택자를 겨냥하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유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저가 매물도 일부 소화되고 매수 문의도 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5일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달 말 11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같은 층, 같은 평형이 지난해 5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3억4,500만원이 오른 셈이다. 둔촌동 둔촌푸르지오도 지난달 9억1,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평수가 지난해 5월 7억원에 실거래된 것과 비교했을 때 1년여 만에 2억1,000만원이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도 신고가 매물(계약일 기준)이 지난 6월 줄줄이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아파트 전용 49㎡는 5월 12억7,500만원에 계약됐지만 지난달에는 신고가인 16억원에 손바뀜을 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현대아파트 전용 53㎡는 2월 7억2,100만원에 계약됐지만 지난달 8억1,5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6~7월 들어 강남4구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지만 보유세 확정 등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자 몇 개월 만에 새로운 거래가 성사되고 매수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박기서 서울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주 은마아파트 매수희망자가 도장까지 들고 와 전용 76㎡를 14억8,000만원에 거래하려 했으나 집주인이 갑자기 호가를 1,000만원 올려 계약이 무산되기도 했다”며 “은마는 5월 14억원 중반까지 실거래가가 내려갔지만 현재 호가가 14억8,000만~15억1,000만원대로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가 많다고 하지만 7~8월은 계절적으로 9월 개학을 앞두고 이주가 많은 성수기인 만큼 간간이 거래되고 있다”면서 “잠실엘스 전용 84㎡는 최근 16억6,000만원(24층), 14억2,000만원(5층)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는 매물이 나온 뒤 두 달여 만에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김시연 래미안114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4~5월에는 문의가 아예 없었는데 최근에는 일주일에 두세 건의 문의가 온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4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686건에 불과했다. 이는 2017년 6월 거래량인 3,815건의 5분의1 수준이다. 사실상 이 같은 거래절벽 속에서도 고가 거래가 이뤄지는 데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똘똘한 한 채’를 노린 실수요자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잠실동의 다른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급한 사람은 다 팔았기 때문에 ‘시세대로 팔리면 팔고 아니면 말고’ 식이어서 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양도세·보유세 강화로 ‘똘똘한 한 채’를 갖는 것이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신고가 사례가 나오는데다 보유세 등 규제 불확실성도 해소됐지만 이를 주택가격 급등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은 “전세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갭 투자’가 힘든 상황”이라면서 “강남 재건축은 사실 수요층이 정해져 있어 보유세 문제가 해소됐다고 해서 거래량을 동반한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보유세 쇼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고가 주택 보유자라도 1주택자라면 세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짝 거래는 당분간 이뤄질 수 있겠지만 금리 인상과 규제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 1~2월처럼 거래가 폭증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매도자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자 실수요자들이 높은 가격에라도 매수에 나선 한두 건의 예외적인 사례만 보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섣불리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주원·이재명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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