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협조체제에 금이 가고 있는 반면 북·중·러 협력관계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과 한반도 정세 변화는 오랜 사회주의 동맹인 북한과 중국·러시아 3국의 관계 재정립의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으로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외교적 패권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 국제사회 제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기회 있을 때마다 제재완화 요청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내세워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패권을 장악하는 것을 북한을 방패 삼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이 있어야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을 견제하면서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 북한 비핵화가 한 단계 진척돼 경협 여건이 최소한이라도 마련된다면 3국의 연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북한의 경제특구개발계획이 접경지역에서 맞물려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3국이 경협에 속도를 내는 경우다. 아직은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큰 틀을 훼손하지는 않고 있지만 지난해 유엔 등지에서 북한 제재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던 점이 우려스럽다.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결속은 특히 미국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한병진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제 중국과 러시아는 이전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미국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내면서 북한의 협상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이 미국은 독자 대북제재에 더 힘을 쏟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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