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청의 사례는 복지정책 남발이 초래한 폐단과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북구의 올해 복지예산은 2,945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71.4%에 달한다. 재정자립도가 26.8%에 불과한 지자체가 예산의 70%를 복지에 써야 하니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3월부터 기초연금 지급액이 인상되면 북구청의 지출액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정부 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회복지 지출이 인건비도 감당 못할 정도로 취약한 지방의 재정악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부산 북구청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본격 시행되는 치매국가책임제나 아동수당 등 각종 복지정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이 지방정부에 떠넘겨지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지방 재정이 파탄에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미 복지예산 분담금에 치여 공공질서 안전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기초 민생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에 무상급식 확대나 청년국민연금 등 퍼주기 복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에 비용분담을 놓고 격돌하는 사태가 재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정 구청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해보자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중앙과 지방이 재정을 분담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재원에 대한 고민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복지혜택을 늘린다면 취약한 고리인 지방부터 ‘복지 디폴트’ 사태가 터져 나오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