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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2.3조 역대 최대 비살상무기사업 잡아라"...방산 빅3, 막판 수주전쟁

< 80 > '피아식별장치 모드5 사업' 최종승자는
한화시스템·LIG넥스원·KAI
첨단기술 보유 외국업체와 제휴
25일 우선협상자 선정 놓고 각축
모드5로 전환해야 美와 공동작전
軍, 연내 계약해 항공기부터 개량

군이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피아식별장치(IFF) 개량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25일 항공기에 부착되는 IFF 개량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베일 속에 가려졌던 사업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째, 육해공군이 운영 중인 거의 모든 장비가 대상이다. 둘째, 수많은 장비를 개량하는 사업이다 보니 규모가 크다. 총사업비 2조3,400억원. 비살상무기 도입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방산업체 ‘빅3’인 한화와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첨단기술을 보유한 외국 업체와 제휴를 맺고 사업 수주를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2.3조 역대 최대 비살상무기사업 잡아라'...방산 빅3, 막판 수주전쟁
북한의 핵 개발로 위기감이 고조되던 지난 2017년 8월 한반도에 전개한 미공군 B-1B 전략폭격기를 호위하는 한미 공군의 전투기. 비전투 장비로 눈에 띄지 않지만 피아식별장치(IFF)의 개량형을 탑재하지 않을 경우 공동작전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군 당국은 이달 말부터 개량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피아식별장치란=말 그대로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는 장치. IFF는 Identification Friend or Foe의 약자다. 항공기와 함정, 대공 미사일 포대, 대공포 등은 필수적으로 이 장치를 갖춰야 한다. IFF를 장착하지 않으면 아군 간 오인사격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빚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IFF는 모두 5단계. 모드(mod) 1부터 모드 5까지다. 올라갈수록 고성능 첨단 기술이 들어가기에 가격이 높다.

가장 간단한 모드 1은 두 자리 숫자가 조합된 암호체계다. 모드 2는 각각의 병기에 고유의 코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0에서 7까지의 숫자를 4자리에 배열, 4,096개의 조합이 나온다. 전투기의 경우 이륙하기 이전에 입력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 모드 3도 4,096개의 조합은 같지만 방식이 보다 복잡하다. 우리 군에서 운용 중인 모드 4부터는 암호를 풀기가 더욱 어렵다. 식별에 사용되는 약 42억개의 암호가 통상 하루 단위로 변경돼 설령 적이 아군의 장비를 노획해도 IFF를 해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군 2020년까지 전 장비에 모드 5 IFF 장착=미군은 더욱 개량된 고성능 모드 5 시스템을 개발, 내년까지 모든 장비에 부착 또는 내장시킬 계획이다. 모드 4의 성능이 뛰어난데도 미국이 모드 5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안전성 때문이다. 1·2차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며 아군끼리의 오인사격을 경험한 후 새로운 식별장치 개발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 2001년 4월 발생한 ‘하이난섬(海南島)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이륙한 미 해군 소속 EP-3E 신호정찰기가 남중국해에서 중국 J-8 전투기(중국형 미그 21 전투기)와 충돌해 중국 하이난섬에 불시착, 정보가 유출된 후 암호체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EP-3E 승무원들은 암호장비를 급히 파괴했으나 중국은 미국의 경고에도 각종 정찰장비와 암호 시스템을 뜯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오는 2020년 6월 이후는 모든 IFF를 모드 5로 단일화할 계획이다.

◇모드 5 개량 없이는 미군과 공동작전 어려워=미국의 피아식별 시스템 완전 변경에 따라 동맹국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미군과 연합훈련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서로 적기로 오인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미군과 연합훈련이 많고 유사시 공동작전을 펼쳐야 하는 우리로서도 미군의 기준을 따르는 수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 문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 모드 5로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분류된 71개 전력 분야 3,200여개 무기체계를 전부 업그레이드하려면 시간도 촉박해 보인다.

◇한국군 항공기부터 개량 ‘연말까지 계약 완료’=군은 일단 올해 안까지 모든 대상에 대한 계약을 마치고 내년부터 개량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달 25일 육해공군의 17종 항공기 550여대에 신형 IFF를 장착하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다. 사업예산은 약 6,000억원으로 IFF 개량사업 중에서 가장 크다. 한화시스템이 미국 레이온사와, KAI는 영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방산업체인 BAE시스템즈와, LIG넥스원은 이탈리아의 글로벌 방산업체 레오나르도사와 각각 컨소시엄을 맺고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방산업체를 대표하는 빅3의 수주경쟁은 흔하지 않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방사청은 모두 21개 계약 건 가운데 금액이 가장 큰 이 계약을 1건으로 간주해 25일 결과를 발표하고 나머지 계약 20건은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규정상 사업관리위원회의 보고와 의결로 1·2·3순위 업체를 지정할 수 있어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장비의 경우 IFF 개량 기술을 외국 업체가 사실상 독점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 시간과 예산이 더 소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돈 쓸 곳 줄줄이=군 당국은 한정된 예산으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참여기업들의 수출경쟁력 강화라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과연 예산 당국 심사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줄어든 2조3,400억원이라는 예산으로 전 장비의 IFF를 일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장비 도입과 기동체계 변화 등을 감안하면 교체 수요가 늘고 예산 증액 압박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전투기와 함정의 경우 미군의 새로운 전술 데이터 전송 시스템인 링크 16 설치를 위해서는 대규모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

산업+안보 차원에서 IFF 개량사업에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 기본적으로는 수하와 암구호의 첨단 시스템인 IFF를 변경해 다국적 특허괴물처럼 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세월이 흐르면 모드 6가 등장해 지출을 강요할 수도 있다. 그래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미군과 공동작전을 위해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산화율을 높이고 관련 기술을 축적해 향후의 기술 발전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얘기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일부 업체들의 기술력이 더 커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지도 관건이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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