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화 강세로 미국 펀드 수익률이 환헤지 여부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일부는 같은 투자 대상 펀드인데도 연간 수익률이 10% 이상 벌어졌다.
5일 펀드닥터에 따르면 삼성미국코어밸런스펀드의 경우 올 들어 수익률이 환헤지형이 9.98%였던 데 반해 환노출형은 17.1%에 달했다. 이 펀드는 미국의 우량 주식과 채권에 절반씩 투자한다. 장기수익률의 차이는 더 컸다. 지난 1년 기준 수익률은 환헤지형이 6.7%, 환노출형은 18.0%로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미래에셋미국배당프리미엄펀드 역시 1년 수익률이 환헤지형은 3.8%인 데 반해 환노출형은 14.9%였다. 2년 수익률도 9.4%포인트 차이가 났다.
채권형 펀드 역시 환 전략에 따라 수익률 희비가 엇갈렸다. 미래에셋미국달러우량회사채 펀드는 환헤지를 했을 경우 지난 6개월간 수익률이 7.4%였지만 환노출형은 14.6%였다. 1년 수익률도 각각 5.0%와 16.7%로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특별자산펀드는 격차가 더 컸다. 1년 수익률이 환헤지형은 0.8%에 불과했으나 환노출형은 21%로 차이는 20%포인트에 달했다. 뱅크론펀드는 금융사가 기업에 발행해준 선순위 담보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다만 미국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3년 기준으로는 환헤지 여부에 따른 수익률 격차가 2~3%포인트선으로 줄어들지만, 그래도 환노출 펀드의 수익률이 소폭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 전략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것은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달러당 1,115원70전) 대비 6월3일 기준(1,182원10전) 6% 상승했다. 환노출형 펀드는 투자 자산이 연초 이후 하나도 오르지 않았더라도 환차익으로 6%의 수익률을 챙길 수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미국 달러화에 대한 헤지 비용이 증가한 것도 환헤지 펀드의 수익률을 갉아먹은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환스와프 거래를 할 때 금리가 높은 통화는 프리미엄을 받는다. 과거에는 원·달러 헤지거래시 원화가 프리미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기준금리는 1.7%인 데 반해 미국은 2.25~2.5%로 금리가 역전되면서 이제는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대형운용사의 환전략 담당자는 “현재는 달러화 헤지 비용이 연간 1~1.5%가량 든다”며 “장기 투자를 할수록 비용이 늘어나 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은 환헤지 펀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펀드 투자자들은 강달러의 수익은 누리지 못한 채 눈뜨고 지켜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특정 국가의 주식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해당국 경제에 베팅하는 셈인 만큼 환노출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채권형 펀드의 경우 수익률 목표가 있는 만큼 환헤지를 통해 안정성을 높이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기관들은 해외 채권형 펀드는 환헤지, 주식형 펀드는 환노출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달러화가 추가 강세로 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환의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면서도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와 같은 기축통화에 대한 투자 선호에 따라 환헤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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