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영공 바깥부터 탐지해 침공땐 요격...'투명 망토' 스텔스 잡는다

<93>한국, 안티스텔스 기술 개발 착수

日, F-35A기 147대 도입하고

中·러는 스텔스 전투기 늘리며

방어·요격시스템 개발도 주력

韓공군 "보안 경쟁서 뒤처질라"

'저피탐항체 대응' 등 연구 용역

유럽업체, 관련기술 제공 의향

내년초 방어무기 밑그림 나올듯





스텔스전투기는 과연 천하무적일까. 아직은 그렇다는 게 대세다. 스텔스전투기를 탐지하고 요격하는 안티스텔스(Anti Stealth) 기술은 딱 한 번 증빙됐을 뿐, 최근에는 말만 무성하다. 다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사 이래 인류의 무기체계는 창과 방패의 대결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矛)과 모든 창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방패(盾)의 경쟁이 더 나은 창과 방패를 낳는 논리적 모순이 스텔스 분야에서도 재연될지 주목된다. 이제 막 창(스텔스전투기)을 획득한 우리 공군도 스텔스 방패에 대한 연구에 공식적으로 받을 디뎠다.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스텔스항공기 방어무기 개발 개념의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스텔스는 탐지조차 불가능할까?=지난 2017년 일본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장관이 방일했을 때 F-35A스텔스전투기 수십 대가 도쿄를 비롯한 일본 상공을 비행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군의 F-35전투기들이 편대 단위로 고공과 저공을 비행했는데도 항공자위대의 어떤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타임지 인터뷰에서 이런 비화를 밝히며 ‘이게 바로 스텔스전투기’라고 자랑했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미국이 ‘몰랐느냐’고 말해준 뒤에야 사태를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결국 일본이 내놓은 대책은 추가 구매. 당초 F-35A전투기 42대를 사려던 일본은 조금씩 수량을 늘려 모두 147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 40대를 포함해 일본이 147대를 운용한다면 2,183대를 보유하게 될 미국에 이어 2위다. 최근 미쓰비시 면허생산 1호기가 추락하는 사고를 겪은 일본은 앞으로 전량을 미국에서 직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과 후속 군수지원 공조는 물론 미 공군, 해군·해병대와 항공자위대, 해상자위대 간 연합훈련도 보다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추가 도입은 스텔스전투기를 탐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F-35전투기 운용 3위 국가는 이스라엘이 유력하다. 최종적으로 약 140대를 보유하게 될 이스라엘은 2018년부터 시리아 영공을 비밀 정찰하는 용도로 F-35I(F-35A에 이스라엘제 항전 장비 일부를 탑재한 기종)전투기를 투입했다. F-16정찰전투기 등을 투입했던 경우와 달리 F-35I는 피탐되지 않았다는 게 이스라엘의 주장이지만 러시아는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시리아에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S-400 방공 시스템이 배치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S-400 시스템은 스텔스전투기 탐지와 요격이 용이하다고 강조해왔다. 공교롭게도 터키는 F-35전투기를 100대 이상 운용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제 S-400 도입 계약을 맺은 뒤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터키가 수입할 F-35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터키는 S-400을 도입하며 운용 및 제조기술 습득뿐 아니라 수출계획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스기 피탐 및 격추 사례도=스텔스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나 스텔스가 만능 ‘투명망토’는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사례도 있다. 스텔스기의 존재가 처음 공식화한 시기는 1988년. 미국은 1970년대부터 연구한 스텔스전투기 F-117나이트호크를 1983년에 실전배치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존재를 밝혔다. 그만큼 비밀로 가득 찬 최신병기였던 F-117은 걸프전에 투입돼 이름 값을 해냈다. 그러나 1999년 3월 보스니아 전쟁 당시 유고슬라비아군은 코소보 공습에 투입된 F-117기에 1960년대에 첫선을 보인 구식 SA-3 고아미사일 2발을 발사해 격추시켰다.



비행경로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설과 체코제 최신 레이더와 구형 미사일을 결합한 방공망이 찰나의 순간을 잡아냈다는 설이 엇갈리지만 미국은 이후 F-117을 서둘러 퇴역시키고 F-22 랩터전투기와 F-35 시리즈로 바꿨다. 러시아와 중국은 당시 격추된 F-117의 잔해를 입수해 미국과의 스텔스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활용했다. 4월9일 아오모리 부근 바다에 추락한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35A전투기 잔해를 회수하기 위해 일본은 물론 미국도 P-8A해상초계기와 B-52전략폭격기까지 동원한 데는 코소보에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었다.

◇중국·러시아는 방패 개발에도 주력=창과 방패 모든 분야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은 안티(카운터)스텔스 기술을 더욱 숨긴다. 코소보에서 F-117스텔스기 격추 사태를 겪은 직후 탐지 레이더를 생산한 체코 방산업체를 아예 통째로 사들여 기술 파급을 막은 적도 있다. 반면 미국을 따라가는 입장인 중국과 러시아는 카운터스텔스 기술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러시아는 S-400 방공 시스템으로 스텔스기 탐지 및 요격이 가능하다며 호언장담하고 중국은 2014년에도 구축함의 레이더로 350㎞나 떨어진 미국 F-35A전투기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과장이 섞였다고 치부하기에는 이들 국가, 특히 중국의 노력이 집요하다. 능동 및 수동형 레이더 개발에서 비행체의 전면이 아니라 측면을 파악할 수 있는 삼각측정법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안티스텔스 레이더 기술을 축적한 상태로 알려졌다. 유럽 굴지의 방산업체 책임자급 엔지니어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안티스텔스 관련 기술의 발달로 항속거리가 짧고 최고 속력도 낮으며 무장 탑재량이 작은 스텔스전투기들이 효용가치를 상실하는 시대가 예상외로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기 관련 기술이 단시일 내에 의지와 투자만으로 축적되는 것은 아니어서 한국형 전투기(KF-X) 성사 여부를 불투명하게 여기지만 안티스텔스 기술로 KF-X가 일부 항전장비를 제외하고는 종합적으로 F-35A보다 나은 전투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이 원한다면 관련 기술을 제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도 안티스텔스 개발 연구에 착수=각국의 스텔스 기술 개발과 보안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우리나라도 관련 기술 연구에 공식 착수했다. 공군은 최근 이와 관련된 기초용역 연구를 위한 공고를 냈다. 용역의 제목은 ‘장거리·저피탐항체 대응 지대공방공유도무기체계(탐지/요격 능력) 확보 방안 연구’. 다음주 초인 17일이 투찰 마감일이다. ‘저피탐항체(低被探航體)’는 말 그대로 탐지될 확률이 작은 비행체, 즉 스텔스전투기를 뜻한다. 스텔스기를 장거리에서 탐지해 요격하는 시스템 개발의 필요성을 검증하고 방향을 잡자는 게 연구용역의 목표다. 공군은 연구 목적에 스텔스전투기뿐 아니라 순항미사일과 무인기까지 포함했다. 영공에 도달하기 전에 파악해 영공 침입 시 바로 격퇴한다는 발상이 깔려 있다.

공군의 연구용역 발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늦었어도 의지만 있다면 사업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창뿐 아니라 방패도 필요하다는 명제에 반론의 여지가 없는데다 중국과 러시아 등의 스텔스기 연구와 생산·배치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이 비공식적으로 자체 연구해온 기반도 없지 않다. 휴대폰으로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방법이 국내 기술로 제시된 적도 있다. 올해 말 나올 예정인 공군 발주의 연구용역 결과는 군과 방사청·국방과학연구소 등의 향후 무기체계 소요 제기를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계획이다. 국내 기술로 스텔스를 잡는 레이더와 장거리 지대공 요격 미사일이 언제 가시권에 들어올지 주목된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