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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시중銀 역습…지방은행이 흔들린다

조선·자동차 주력산업 부진에

신한·농협銀 지방 공략 강화로

지방銀 역내 여신점유율 급감

대구·광주銀 등 20%대로 뚝





지역경기 침체에다 시중은행의 잠식으로 지방은행의 역내 여신 점유율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침체하면서 협력 중소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거의 실종된데다 지역 자영업자나 개인대출도 부실을 우려해 꺼리다 보니 지역 내 대출이 늘어날 기회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전국망을 갖춘 시중은행도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지역 경제를 떠받쳐온 지방은행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의 1·4분기 말 대구지역 여신점유율은 28.2%로 올 들어서만도 0.4%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2016년 말 30.3%에서 이듬해 29.9%를 기록하며 20%대로 떨어진 것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다른 지방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광주은행은 2016년 30.2%에서 2년 만에 25.2%로 급감했고 부산은행은 26.8%에서 25.9%로, 전북은행은 26.0%에서 24.72%로 감소했다.

지방은행이 지역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반대 현상을 보이는 것은 지역경기 침체로 탄탄했던 현지 영업기반이 붕괴된 영향이 크다. 실제로 지방의 한계기업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4월 광주지역 어음부도율은 1.02%로 경기도(1.09%) 다음으로 높았으며 경북(0.41%), 울산(0.37%), 대구(0.31%) 등도 전국 평균(0.13%)을 크게 웃돌았다. 일부 지방은행은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경남은행의 부실채권(NPL) 커버리지 비율은 1·4분기 말 기준 80.67%로 지난해 말(85.73%)보다 악화됐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대출 부실화에 대한 은행의 대응력을 따지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대응력이 약하다는 의미다. 부산과 울산·경남지역의 비중이 높은 경남은행과 부산은행 연체율도 일제히 올라갔다. 올 들어 경남은행의 연체율은 0.50%에서 0.74%로 치솟았고 부산은행도 0.51%에서 0.65%로 악화됐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해주고 싶어도 (부실이) 무서워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중은행의 지방공략 강화도 지방은행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다음달부터 대구 등 전국에서 50여개 지자체가 금고 입찰에 나서는 가운데 농협은행은 물론 KB국민·신한은행 등이 가세하면서 지방은행은 코너에 몰리고 있다.

지역에서 양질의 대출수요가 실종되면서 지방은행이 수도권 시장으로 역진하는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방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지방은행이 지역 자금을 흡수(수신)해 수도권 등 역외에서 돈을 풀고 있다”며 “침체된 지역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지방은행이 이익에만 매달려 지역밀착형 영업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6개 지방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3년 사이 30개(965→935곳)나 줄었지만 수도권 점포는 57곳에서 74곳으로 17개가 급증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한계기업 속출하고 개인대출도 부실…지방은행 “돈 빌려줄 곳이 없다”>



지역 경제의 돈 줄기 역할을 해야 할 지방은행들이 역내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조선·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침체가 장기화한데다 외형 확장을 위해 지역으로 침투하는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어서다. 주력 산업이 침체되다 보니 협력 업체들도 어려워지면서 양질의 대출처가 줄어든 결과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의 지역 내 여신점유율은 지난 2016년 말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일부 은행은 5%포인트나 감소한 곳도 있다. 지방은행들의 역내 점유율이 일제히 감소한 것은 제조업 경기 침체로 지역의 영업기반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이나 한국GM의 철수로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군산 등을 거점지역으로 하는 지방은행들은 충격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이들 산업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며 건전성 관리에 나섰지만 기업 경기 악화로 지역의 소비심리마저 크게 위축되자 지방은행에서 주로 대출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들마저도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부실이 무서워 대출을 내주기 겁날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현지 대출을 꺼리고 있다.

올 들어 지방은행의 연체율이 일제히 악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초 이후부터 3월 말까지 경남은행의 연체율은 0.50%에서 0.74%로 치솟았고 부산은행도 0.51%에서 0.65%로 악화됐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은 0.60%에서 0.69%, 광주은행과 전북은행도 각각 0.69%에서 0.75%, 0.51%에서 0.56%로 올라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역내에서는 양질의 대출처를 찾기 어렵다 보니 지방은행이 눈을 돌리는 곳은 서울과 수도권이다. 6개 지방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3년 사이 30개(965→935곳)가 줄었지만 수도권 점포는 57곳에서 74곳으로 17개가 추가됐다. 올 들어 진출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대구은행이 서울 강남에 복합점포를 오픈했고 올 하반기 1곳의 복합점포를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또 경남은행도 연내 수도권에 2개의 점포를 추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역내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부실 때문에 몸을 사리다 보니 안정적인 대출처가 남아 있는 서울과 수도권으로 나가는 것이다. 지역 경제의 돈줄 역할을 하도록 지역 고객이 맡긴 돈을 서울과 수도권으로 퍼 나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지역 기업 가운데 대출이 필요한 곳은 정작 자금에 목말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은행이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볼 수 있는 눈만 가졌더라도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우량기업에 대해 과감히 대출해주겠지만 그럴 인재나 형편이 안 되다 보니 부실 우려가 적은 서울과 수도권 대출처를 찾아 나서는 웃지 못할 상황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부산 지역 중소기업 대표는 “지역민이 맡긴 돈을 지방은행이 지역 기업에 대출해주면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자기 살자고 밖으로만 나도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시중은행들이 지방공략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지방은행들의 수도권 진출 전략을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다음달부터 대구 등 전국에서 5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금고 입찰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은행은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다. 정부가 협력사업비에 대한 평가 비중을 낮추는 지자체 금고 은행 선정 예규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지방은행으로서는 여전히 풍부한 자금력에 자금조달 경쟁력까지 갖춘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지방은행은 규제온실에서 편안하게 영업을 해왔지만 지금은 시중은행까지 가세하면서 위기에 몰려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내부 혁신을 하지 않고 과거와 같은 학연 등 파벌싸움만 하다가는 한번에 훅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진출한 지방은행들도 시중은행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틈새시장 공략을 주로 하고 있다. 외국인 송금이나 차 할부와 같은 캐피털 시장 등 시중은행이 챙기지 않는 시장만 공략하고 있다. 47개에 달하는 은행 점포로 수도권 공략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JB금융은 지주 인력을 전북은행·광주은행 등 은행 영업점에 배치해 지역 내 영업력 복원과 추가적인 수도권 점포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영업력이라는 게 사실 뻔하지 않느냐”며 “시중은행이 관심 갖지 않는 영역만 찾아다니다 보니 빠르게 성장할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지방은행들은 다시 지역으로 회귀하는 전략을 펴는 등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제주은행은 올 1월 서울 강북 점포를 줄여 수도권 영업점포를 한 곳으로 축소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경제의 균형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지방은행의 생존 보루는 지역경제·지역기업인데 이를 외면하고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며 “역외 영업을 통해 생존해법을 찾아 나섰던 지방은행들이 수도권에서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역내 영업력마저 잃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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