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美 "中과 FFVD 공유"한다지만...'복잡한 체스판' 된 한반도

美 '習 기습 방북'에 中 대북제재 이탈 우려 공존

北 '시계추 외교' 속 남미 상황 빗대 美 우회 비판

한미 북핵협상 대표, 이도훈·비건 北에 한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한국 방문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북한과 중국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계획을 기습 발표하면서 한반도 외교 시계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등에서는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 촉매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한반도 전문가들은 “복잡한 ‘3차원의 체스판’이 됐다”고 평가했다. 북핵 협상 재개를 위한 물밑접촉이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중에 미중 무역전쟁, 한미일 동맹관계 점검, 북중러 결속 등의 이슈가 불거짐에 따라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간의 양자 및 다자 외교전의 결과를 예단하기가 한층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방북 계획이 공개되자 “미국은 우리의 파트너 및 동맹국, 중국을 비롯한 다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함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공유된 목표 달성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국무부는 “미국과 국제사회는 FFVD가 무엇을 수반하는지, 그 목표를 향한 의미 있는 진전이 어떤 것인지 공유된 인식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동맹국과 파트너들, 중국을 비롯한 다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함께 긴밀한 조율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을 북한 비핵화 파트너인 동시에 제재 이탈 위험국으로 바라본 것이다. 가뜩이나 미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의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한반도를 찾는 데 대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9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과 동아시아재단이 워싱턴DC에서 개최하는 전략대화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기로 했다. 한미의 북핵 협상 대표가 민간 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같은 자리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한미 공조를 북한에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오전 러시아 방문을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 장관은 북미 간 비핵화 대화 재개와 관련해 “좋은 징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중국은 미중 무역갈등 속에 최고지도자의 방북이라는 ‘히든카드’를 꺼내 들기는 했지만 미국과 불필요한 추가 갈등을 빚지 않기 위해 상황관리에 내심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당장 방북 일정을 1박 2일로 잡은 게 중국의 이 같은 입장을 보여준다. 과거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방북 일정과 비교하면 최단이기 때문이다. 박병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네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던 점을 고려하면 언제 가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무역전쟁으로 악화일로를 걷는 미중관계의 전환점 마련을 위해 ‘북한 카드’를 활용해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또 박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전쟁의 한가운데서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 선택의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에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접근이 또 다른 압박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시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미중 사이에서 시계추 외교를 재가동할 기세다. 북한 노동신문은 18일 베네수엘라 정세를 다루면서 외신을 인용해 “베네수엘라에 가해진 미국의 새로운 제재가 이 나라에서 정부 전복을 실현하기 위한 속심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북한의 우방국인 쿠바가 베네수엘라와 단결해 위협과 부당한 제재, 봉쇄를 보란 듯이 좌절시킬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를 직접 거론하는 대신 남미 상황에 빗대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 매체들은 북중 무역갈등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중립 자세를 취했다. 중국과 밀월에 나서면서도 조만간 대화 재개가 필요한 미국을 자극하지는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일본·러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북한, 그리고 한국 등 플레이어가 많아지면서 복잡한 ‘3차원의 체스판’이 됐다”며 북중정상회담 후속으로 북한 이슈를 미중 무역협상에 연계시킬지, 북미 협상 재개가 있을지 등을 향후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