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가운데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가전업체들이 여름철 서비스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올해는 여름이 역대 최장기간으로 예측되는 데다 서비스 직원들의 주 52시간 근무제도 처음 적용됐으며, 스마트 기능이 탑재된 신(新) 가전 판매도 급증하면서 전례 없는 ‘서비스 대란’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전자서비스와 LG전자는 지난 주말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올해 첫 폭염 경보가 발령된 것을 계기로 가전 수리·점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이번 주부터 사실상 ‘하절기 현장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이를 통해 사무직 가운데 현장 서비스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들도 고객 대응에 직접 투입하고 수리·점검 기사들의 근무시간을 조정해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삼성 전자서비스는 지난달부터 업무 효율성 상승을 목표로 평일 근무시간을 오후 7시까지로 1시간 연장했고 LG 전자는 다음 달 말까지 서비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현장 출퇴근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가전업체들은 지난해 최악의 폭염에 따른 서비스 수요 폭증이 재현될 것에 대비해 몇 개월 전부터 고객들을 상대로 ‘자가 사전점검’을 독려하고 안내 전단을 배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홍보를 강화한 덕분에 사전점검 요청에 응하는 소비자들도 큰 폭으로 늘어나 고장률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그러나 여름철에는 워낙 서비스 수요가 폭증하기 때문에 자재 조달, 스케줄링, 전산 처리 등의 인력 운용도 여의치 않아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서비스 직원들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며 근무 환경이 크게 달라짐에 따라 업체들의 우려도 더 커졌다. 삼성 전자서비스와 LG전자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 등에 따라 올해 들어 협력업체 직원들을 잇따라 직접 고용했고 이들은 모두 ‘주 52시간 근무제’의 대상이다. 과거에는 협력사로 지정된 소규모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건당 수리비를 받으면서 밤 시간대에도 수리·점검 서비스를 할 수 있었지만 올여름에는 원칙적으로 이런 ‘시간 외 근무’가 쉽지 않게 됐다.
아울러 이들 직원이 대부분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상급 노조단체의 집단 쟁의에 동참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이 탑재된 스마트 가전이 보편화하고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 등 이른바 신(新) 가전의 판매도 급증하면서 서비스 업무가 복잡해졌다는 것도 서비스 직원들에게 부담이다. 최근 보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시스템에어컨, 벽걸이TV 등 빌트인 가전의 경우 수리·점검 작업이 일반 제품에 비해 훨씬 어려워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한 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올여름이 예년보다 길지만 폭염은 작년보다 덜한 것으로 예보되면서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으로 절대적인 서비스 가능 시간이 줄어들면서 고객 불만이 커질 것에 대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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