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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마녀사냥식 불매운동을 경계한다

김현상 생활산업부 차장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일본산 불매운동이 어느덧 한달 반을 훌쩍 넘겼다.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던 일본 극우 인사들의 조롱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달 초 시작된 불매운동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이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76%는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하지 않는 한 불매운동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불매운동의 위력은 우리 사회의 소비지형도 바꿔놓았다. 수입맥주 시장에서 10년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일본 맥주는 불매운동의 여파로 수입량이 곤두박질치며 벨기에와 미국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수입차와 의류, 볼펜과 골프채·낚시용품에 이르기까지 지난달 일본산 소비재 수입은 1년 전보다 14% 가까이 급감했다. 일본여행 수요도 얼어붙으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잇따라 일본 노선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파급력과 지속력 측면에서 ‘역대급’ 불매운동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불매운동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 자발적 선택권에 기반해야 할 불매운동이 마녀사냥식의 강압적 분위기로 변질되는 모습이 일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온라인상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일명 ‘유니클로단속반’을 만들어 유니클로 매장 이용객들의 사진을 찍어 올리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거나 일본여행을 가는 이들에게 ‘매국노’ 딱지를 붙여 공격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소비자의 살 권리와 사지 않을 권리를 배척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행동이다.



거짓정보를 앞세운 불매운동 역시 애초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불매운동 리스트에는 확인되지 않은 가짜정보들이 넘쳐난다. ‘롯데=일본 기업=불매 대상’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으로 롯데가 지난해 낸 법인세가 1조5,800억원이고 국내 직접고용 인원만도 13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이 만드는 먹을거리지만 일본산 첨가물이 0.01%라도 들어 있으면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주인·종업원·식재료도 모두 한국인과 한국산이지만 일식당이나 일본라멘집이라는 이유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곳도 적지 않다. 일본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불매운동이 오히려 애꿎은 한국인 피해자들만 양산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저희도 똑같이 아베를 미워하는 한국인인데 서글프다”는 라멘집 사장님의 하소연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대응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결기를 가지되 감정적 대응은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제 더 이상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불매운동의 취지와 방향을 다시금 고민해볼 때다.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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