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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신뢰 잃은 9·19 군사합의' 집착…안보관·동맹관 모두 흔들"

[9·19 남북군사합의 1년…고조되는 안보위기론]

■서경펠로 긴급진단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막기 위한 군사제한 조치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신뢰구축의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남북이 1년 전에 체결한 9·19군사합의 이후 상호 군사적 신뢰를 쌓았다는 단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양측이 지난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22개를 철수·파괴하는 등 신뢰 구축에 나서기도 했지만 북한은 군사합의 1조인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조항을 잊은 듯이 올 들어 위력적인 신무기들을 시험하고 있다. 북한은 군사적인 문제가 생길 때 이를 논의할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은 채 선전매체를 활용해 미사일 시험이 남쪽을 겨냥한 것이라며 아예 대놓고 9·19합의를 위반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우수한 감시장비를 가진 우리 군의 대북정찰 능력 약화와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9·19합의 조치들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9·19합의에 따라 남북이 군비통제에 들어간 지 1주년을 맞아 북한의 안보위협에 따른 파기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외교·안보전문가 10명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9·19합의가 한반도 안정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면서도 북미 비핵화 협상 난항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으로 구속력이 약해져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안전핀 역할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北, F-35A도입 빌미로 잇단 도발

한반도 전역 정밀타격 능력 갖춰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출발은 좋았다. 남북 간 군사합의로 GP 철수나 신뢰 구축, 군비통제까지 가는 것인데 그게 늘 군비통제라는 것은 이행이 문제”라며 “합의는 쉬우나 이행은 어렵다. 지난해 명을 이어가다 올해 5월을 기점으로 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남 교수는 9·19합의가 무너진 배경으로 북미관계 악화를 들었다.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북한이 미사일 도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적대행위 중단을 중심으로 한 9·19합의의 토대가 허물어졌다는 해석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 16일 축구장 3~4개를 초토화할 수 있는 에이태큼스급 미사일을 강원도 통천 지역에서 발사했다. 통천 지역은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0㎞ 떨어진 곳으로 지난해 9·19합의 당시 동해 해상 적대행위 중단구역 인접지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시 남북은 북방한계선(NLL)을 기준으로 각각 40㎞씩 총 80㎞를 동해 해상 적대행위 중단구역으로 설정했다. 북한이 해당 구역 인근에서 위력적인 미사일 시험을 한 것은 사실상 한국을 직접 겨냥한 적대행위를 시작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한 미사일과 방사포·로켓포는 한국이 가진 기본 방어체계로 막기 힘들다는 게 미국의 보고서로 확인되고 있다”며 “그런 내용을 보면 신형 무기가 확실하고 북한이 핵을 보유한 이상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이것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위협이 9·19합의 이후 되레 고조됐지만, 우리 군은 유사시 북한의 대남도발을 억제할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대비태세 약화로 고충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관계자는 “사실 청와대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만큼 군이 북한의 도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북한의 도발로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군이 떠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주적 개념으로 상정하는 게 약해졌고 그게 대비태세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6월15일 삼척항 목선 귀순 당시 경계작전 실패 및 축소·논란에 9·19합의가 크든 작든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합의의 핵심이 DMZ GP 철수와 DMZ 인근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상호 군사행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아니라 눈을 가리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작전 예규, 다시 말하면 합의를 통해 남북이 수칙을 다시 늘려놓았다”며 “원래 상대방이 도발하면 경고하고 응하지 않으면 응징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도록 만들어 대비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으로서는 청와대에서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을 군이 나서 틀렸다고 말하기 어려운 입장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9·19합의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며 차후 우리 국방정책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데 있다. 문 센터장은 “근거 없이 우리를 비방하는 데 9·19합의를 악용하고 있다”며 “F-35A를 들여오고 한미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통상적 행위인데, 그런 것들을 9·19합의 위반이라며 미사일 도발을 정당화하는 데 정략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명백한 적대행위인 미사일 도발의 명분으로 우리 군의 F-35A 스텔스 기능을 물고 늘어졌다. 실제 북한은 8월 말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에도 9·19합의 제1조 1항을 근거로 남측의 F-35A 스텔스기 등 전략무기 도입에 대해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文정부는 평화프로세스 매달리며

군사훈련 축소 등 대비태세 약화

비행금지구역에 감시력은 떨어져

지소미아發 한미갈등도 부담으로



무엇보다도 9·19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대북정찰 공백이 우리 군의 족쇄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남북은 MDL 기준 남북 일정 공역(동부는 40㎞, 서부는 20㎞)에 공중완충구역을 설정해 모든 군용기의 해당 구역 내 진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군은 한미의 연합 대북감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대북 정찰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근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이를 억제할 대북 정찰능력이 더 중시되는 시점에서 우리 군의 감시능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연료 방식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꿔 10분 이내로 발사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북한 전역을 미사일 숲처럼 만들어 한국 킬체인(타격순환체계)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올해 우리 군이 글로벌호크 등 고고도무인정찰기를 도입한다는 것을 전제한 뒤 “글로벌호크는 20㎞ 이상 상공에서 촬영하는데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1,000m 산이라고 해도 기지가 보인다”며 “9·19합의로 인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40㎞가 밀려 각도상 보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미사일 요격을 위한 핵심 정찰무기를 도입하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북한이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9·19합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9·19합의 등 대북관계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외교노선이 북한의 오판을 막아온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일본 언론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고 화를 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9·19합의가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대북감시 체계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파장으로 발생한 한미갈등도 우리에게는 부담이다. 대북 억제력을 위한 한국군의 독자적 대북정찰 능력이 오는 2025년에야 구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뛰어난 군사정찰 정보를 보유한 미군과의 긴밀한 공조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 정부의 최근 외교행보를 거론하며 “9·19합의가 우리 정부의 대북관·안보관·동맹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구체적인 신뢰조치 없이 북한을 믿겠다는 상황에서 합의한 것이고 이러한 안보정책 결정이 동맹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9·19합의는 남북 간의 문제인 만큼 한미동맹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더욱이 MDL에 대한 권한은 유엔사에도 있는 만큼 한국의 비행금지 구역 설정은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이 없이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지난번 공동경비구역(JSA)을 비무장화할 때도 남북과 유엔사 3자 간 회의를 했다. 무력사용 규칙 등은 주한미군, 유엔사(휴전선 일대), 한미연합사(한국군 전반)의 지휘통제를 받게 돼 있다”며 비행금지구역을 둘러싼 한미갈등설을 부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서명 당시 팀스피릿 훈련 등 한미연합훈련이 다 중단된 사례를 들며 “당시에는 한미동맹이 흔들리지 않았다. 한미군사훈련 축소를 우리가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하면 한미동맹 와해 운운할 수 있지만, 한미 간에 충분히 조율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미동맹 약화론을 반박했다.
/박우인·양지윤·김인엽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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