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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칼럼] 한반도의 가을정국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

北, 美와 대화재개 용의 천명 이어

美, 볼턴 경질·日은 대표단 방북도

대화국면서 한국 역할 더 중요해져

한미회담서 창의적 해법 제시해야





한반도의 가을, 암중모색을 마친 후 대화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한반도의 겨울이 더욱 추워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팽팽하다. 이달 4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북한을 전격 방문해 이용호 외무상, 이수용 국제부장 등을 두루 만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다음달 1일 중국 건국 70주년을 전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적극적 조치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필요한 시점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가역적 조항까지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비록 북한이 자신의 해법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달 7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과 마주앉아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하면서 일단 대화재개의 물꼬를 텄다.

사실 북한의 고민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스스로 밝힌 대로 ‘새로운 길’을 걷지 않으려면 가을 북미대화에서 돌파구를 찾고 이를 연내 북미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가야 한다. 따라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이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제거돼야 비핵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3차 북미회담을 제의하는 등 하노이회담에서 실패한 ‘톱다운 방식’을 다시 꺼냈다. 이것은 북한이 ‘그럭저럭 버티는 것(muddling through)’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부분적 제재완화와 같은 손에 잡히는 성과를 얻어야 하며 이를 통해 체제정당성을 높이고 북한식 안전보장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외정책의 성과, 특히 북핵문제에 대한 관리능력을 과시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 와중에 대북 강경파였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적으로 경질했다. “(볼턴이) 김 위원장에게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재앙이었다”고 경질사유를 밝힌 것을 보면 북미대화의 중요한 인적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셈이다. 물론 미국이 북한의 새로운 셈법을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북미대화 부재를 이대로 방치하기 어렵다는 인식은 보다 분명해졌다. 한편 한일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북일 접촉이 재개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의중을 정확하게 읽는 기타무라 시게루 신임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16일 60여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고 이어 일본의사회 대표단이 방문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북한이 북미대화 재개국면에서 일본을 불러들인 측면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일본도 북핵문제 해결의 훼방꾼이라는 비판을 교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한반도의 대화국면은 강대국을 상대하는 북한식 외교가 작동하는 측면이 있다. 김 위원장도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세가 복잡한 것은 우리나라가 큰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거나 짬에 끼여 있어서가 아니라 대국들을 움직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를 타고 앉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한국의 역할이다. 북한이 입에 담을 수 없는 거친 말로 우리 정부를 공격하고 여러 차례 미사일 등을 발사하면서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우리 정부는 야당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도 있으나 새로운 대화를 탐색하면서 ‘전략적’으로 인내해왔다. 이런 점에서 이달 말 문재인 대통령의 제74차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열릴 아홉 번째 한미정상회담은 또 하나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이 회담에서 적어도 성과 없이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전 상황으로 되돌리고 더 나아가 미국의 포괄적 접근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행동 사이에서 창의적 해법을 제시해 북미대화를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이라는 교량을 이용하는 것이 빠르고 분명한 길이라는 점을 각인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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