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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미국판 스카이캐슬’ 유감(遺憾)





노희영 국제부 차장

지난 3월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초대형 입시 부정 스캔들이 터졌다. 유명 연예인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로펌 대표 등이 ‘뒷돈’을 주고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킨 이른바 ‘미국판 스카이캐슬(부유층의 입시비리를 소재로 한 국내 TV 드라마)’ 사건이다.

대부분이 백인인 부유층 학부모들은 입시 컨설턴트 등에게 거액을 주고 자녀의 대학 입학 자격시험(SAT) 대리시험을 의뢰하거나 답안지를 정정하는 식으로 점수를 조작하고 명문대 운동부 감독을 매수해 자녀들을 미 동부 아이비리그에 부정 입학시켰다. 2004~2012년 방영되며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의 주연 배우 펄리시티 허프먼을 비롯해 자산운용사 핌코의 전 CEO, 대형 사모펀드 TPG 고위임원 등이 기소됐다. 이들이 컨설턴트 등에게 준 뒷돈은 2,500만달러(약 295억원)에 달했다.

법의 심판대에 오른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이 지난주 허프먼에 대해 내린 판결은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로 ‘유전무죄’ ‘불공정한 사법정의’ 논란을 야기했다. 딸의 SAT 점수 조작을 위해 브로커에게 1만5,000만달러(약 1,800만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올해 5월 유죄를 인정한 허프먼은 구금 2주에 벌금 3만달러, 사회봉사 250시간을 선고받았다.



한술 더 떠 허프먼은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2주간의 구금생활을 최대한 집에서 가깝고 편한 캘리포니아주 더블린연방교도소에서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블린연방교도소는 수감 여건과 날씨·접근성 등을 이유로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내에서 가장 편한 10대 교정시설’ 중 한 곳이다. 주말에 오후11시45분까지 TV 시청이 허용되며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선탠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스캔들은 우리나라의 여러 사건과 오버랩된다. 법무부 장관의 딸이 대학과 대학원 지원 때 제출한 논문과 표창장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비롯해 정치인들의 자녀 취업비리 의혹, 자녀들의 대학지원 시 제출한 논문의 저자 등재의 정당성, 또 숙명여고의 전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사건 등등. 자녀를 위해서는 불법과 편법도 마다하지 않는 빗나간 애정과 특권층으로서 누리는 권리를 당연시하는 풍조까지.

“누구나 더러운 빨랫감은 조금씩 가지고 있다.” 허프먼이 출연한 미드 ‘위기의 주부들’의 명대사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치부나 비밀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정도가 될까. 하지만 그 더러운 빨랫감이 썩어서 악취가 나고 이웃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지경이 됐다면 더 이상 빨래바구니에 숨겨 놓아서는 안 된다. 끄집어내서 깨끗이 세탁을 하든지 그것도 안 되면 태워버리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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