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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리더는 문제를 출제한다

<107> 확실한 메시지 전달 방법

전 연세대 교수

진정한 리더는 문제의식 가지고

언행일치 하는 모습 몸소 보여줘

윗사람이라고 말로만 지시 말고

스스로에 자문하며 답 고민해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미국의 한 대학에 경제학 교수가 있었다. 평소 사람 좋기로 소문난 노교수다. 이유는 이제껏 F학점이라고는 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수업 첫 시간에 보편적 무상복지의 경제적 비효율성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강의했다. 이에 학생들이 반발하면서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이 결판나지 않고 계속 길어지자, 그 교수는 이런 제안을 한다. “이번 학기 성적은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한 성적을 주겠다. 모두에게 똑같이 전체 평균 성적을 주겠다.” 첫 번째 시험에서 학생들은 평소와 같이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전체 평균은 B학점이었다. 일부는 자신의 평소 실력보다 더 잘 나왔기 때문에 환호를 질렀다. 그러나 진짜 열심히 공부했던 학생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두 번째 시험에서 평균 D학점이 나왔다. 놀던 학생들은 여전히 놀았고 열심히 하던 학생들도 어차피 B 이상 나오기는 글렀다고 생각하면서 이전처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 시험에서는 다들 자포자기해서 놀았다. 그래서 그 학기는 그때까지 F를 한 번도 안 줘본 노교수가 모두에게 F를 줬다. 그 노교수는 ‘평등은 평균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기발한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해 준 것이다. 그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그 메시지를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한 대학의 경영전문대학원(MBA) 프로그램에서 있었던 일이다. 투자전략을 가르치는 교수가 첫 시간에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이번 학기 수업방식은 좀 특이하게 진행하겠습니다. 이 수업의 궁극적 목적은 다양한 이론을 여러분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졸업 후 실제 현장에서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적평가를 이런 식으로 하겠습니다. 첫째, 학기 초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먼저 구성하세요. 둘째, 학기 말까지 투자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세요. 물론 성적은 자신이 정한 종목의 투자수익률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셋째, 이 진행과정에서 나한테 자문하면 언제든지 응해줍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학생의 책임입니다.” 교수는 수업 시간에 투자전략의 이러저러한 이론과 사례들을 소개해주고 또 학생들은 그것을 암기해 시험 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학생들은 진짜 돈을 투자하면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느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야말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이 수업 하나에 학점도 돈도 다 걸려 있으니까. ‘실전만 한 연습은 없다’는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됐을 것이다.



미국의 한 대학 철학과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험을 치는 방식이 좀 남다른 교수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교수는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에 배운 진도범위 내에서 시험 문제를 출제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한다. 그룹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혼자 도서관에서 머리를 싸매고 외우기도 한다. 또 어떤 교수는 시험 시간에 책을 펼쳐놓고 답을 써도 좋다고 하는 ‘오픈 북 테스트’를 보기도 한다. 사실 이게 더 골치 아플 때가 많다. 기본지식을 암기할 필요도 없고 커닝해봐야 소용도 없다. 하지만 남들과 차별화된 답안을 작성하려면 자신의 생각이 확실하게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들 호소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교수는 오픈 북 테스트를 훌쩍 뛰어넘는 방법을 개발했다. 아예 시험문제 자체를 학생들이 스스로 내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해 이렇게 불평할지 모른다. “이건 교수들만 좋은 거 아닌가요. 문제 내는 것도 나름 힘들고 그건 교수의 의무사항이니까요. 자기가 문제 내고 자기가 답하고 어느 학생이 그것을 못하겠어요. 시험문제 자체가 제각각이니 도대체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까요.” 이런 비판은 그 교수의 의도를 모르는 것이다. 쉬운 문제를 내느냐, 아니면 수준 높은 문제를 내느냐. 이것도 평가대상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겠는가. 결국 ‘철학자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만큼은 확실하게 전달되지 않겠는가.

리더는 남에게 말로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행동과 일치되지 않는 메시지를 남을 향해서만 뿜어내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리더는 남이 낸 문제만을 늘 푸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문제를 자신에게 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치열하게 고민한 답을 세상에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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