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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서 ‘평양 소주’를?…‘인공기 논란’ 평양술집 가보니

인공기·김일성 부자 초상화로 ‘뭇매’…“모두 철거”

개업 첫날, 유튜버·블로거가 다수…“화제가 될 것 같아서”

‘노이즈 마케팅’ 비판에 “정치적 목적 없어…조심할 것”

홍대입구역 부근에 위치한 평양술집 외관 사진. 매장은 앞서 북한의 인공기,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를 내부 인테리어에 활용해 논란을 일으켰다./신현주 인턴기자




‘보라! 평양술집이다!’, ‘한라의 그 기상 그 본때로 음주제국 건설해서 새로운 비약을 이륙하라!’

북한 인공기, 김일성 부자 초상화를 활용한 인테리어로 한차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평양술집’이 지난 15일 문을 열었다. 논란이 된 인공기와 사진은 없앴지만, 옛날 느낌의 한복을 입고 손님을 맞이하는 여자 점원, 민트색 벽지, 곳곳에 익숙하지 않은 ‘인민’·‘혁명’ 문구까지 북한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장 내에는 ‘인민들에게 더 많은 소비품을’, ‘맥주를 대대적으로 발전시키자. 한다면 한다. 우리는 빈말하지 않는다.’ 등 북한을 연상시키는 다소 전투적 어투의 문구들도 눈에 띄었다. 김일성 부자의 사진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개그맨 김경진 씨의 사진으로 교체됐고, 인공기도 철거됐다.

매장 앞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 종업원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신현주 인턴기자


북한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의 매장 사진/신현주 인턴기자


매장 내부 사진./신현주 인턴기자


개업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저녁 6시부터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7시를 넘기자 대규모 단체석 두 자리 정도를 제외하고 자리가 거의 찼다. 매장 내 손님들의 가장 많은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평양 소주’와 ‘대동강 맥주’였다. 일반 주류에 라벨지를 별도로 붙여 북한의 느낌이 나도록 판매하는 것인데 종업원에게 이에 대해 묻거나 흥미를 보이며 주문하는 손님도 더러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북한의 음식 문화를 재밌게 알려주려는 목적에 맞춰 진지한 요소를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게에는 평양식 냉면이나 콩에서 기름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인조고기 등 북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북한 음식이 대체로 간이 약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콩에서 기름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를 가공해 만든 인조고기는 양념 맛이 강해 고기의 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언 감자떡, 인조고기 밥, 두부밥 등 일부 이색적인 사이드 메뉴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안주 요리는 여느 술집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안주였다.

앞서 논란이 됐던 인공기와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왼쪽)과 매장 측에서 변경한 사진(오른쪽). 오른쪽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개그맨 김경진 씨의 사진이다./페이스북 캡처, 신현주 인턴기자


평양술집에서 판매하는 주류./신현주 인턴기자


평양술집의 메뉴인 언 감자떡, 인조고기 밥, 깻잎 닭볶음. 매장의 주요 메뉴 중 대부분은 흔히 볼 수 있는 메뉴였으나 사이드 메뉴에는 두부밥, 인조고기밥, 명태식혜 등 북한식 음식도 마련되어 있었다./신현주 인턴기자


매장에는 개그맨 김경진 씨를 비롯해 유튜버, 블로거들도 여럿 보였다. 블로그에 올릴 목적으로 이곳을 찾았다는 A 씨는 “북한을 주제로 한 매장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지만 화제성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문화를 알려준다는 취지는 신선하다”면서도 “다만 요즘 같은 때에 이런 컨셉의 매장을 만드는 것은 분위기와 맞지는 않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을 소재로 한 데 호기심을 느껴 매장을 찾았다는 대학생 B 씨는 “생각만큼 특색있는 북한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 같지는 않고 실내 디자인만 북한을 연상시키도록 해놓은 것 같다”는 평을 내놓았다. 이어 그는 “얼마 전 있었던 인공기 논란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아서 손님들이 꽤 온 것 같다”며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포구는 해당 건물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고 서울지방경찰청에 관련 내용을 이첩한 바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경찰은 매장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안법은 단순 게시 뿐 아니라 목적에 이적성이 있어야 처벌 가능한데 영리적, 상업적 목적을 그렇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매장 외관 사진/신현주 인턴기자


개장날인 15일 오후 7시 매장의 모습. /신현주 인턴기자


경찰의 수사는 종결됐지만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매장 운영 방식이 표현의 자유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방송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서 북한을 패러디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낸다 하지만 아직 한국이 휴전 상태임은 변함없다”며 “앞선 논란으로 인해 일부 인테리어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매장 측이 새로 걸어 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두고 “북한을 가지고 비판을 받으니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내건 것이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한 네티즌은 “문제 될만한 소지를 없앴으니 된 것 아니냐. 소재가 신선해 다들 한 번쯤 가볼 것 같다”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인공기와 김일성 부자 사진이 다수 여론의 지적을 받은 데 대해 매장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홍보의 수단으로 이런 방법을 택하게 됐다”며 “자극적인 컨셉의 매장이 장사가 잘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선을 조금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목적은 없었다”고 강조하며 “정식 오픈 이후에도 관련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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