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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빅 픽쳐] 물리학 이론으로 본 존재의 이유

■ 션 캐럴 지음, 글루온 펴냄





1988년 우주가 끝없이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로 우주가 쪼그라들며 종말을 맞이한다는 ‘빅크런치’에 대한 공포는 사라졌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를 따르더라도 우주가 결국 암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수많은 별은 세월이 흐르며 블랙홀로 변하고 블랙홀도 어느 순간에 도달하면 증발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정된 우주와 미래 안에서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근거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새로 나온 책 ‘빅 픽쳐’는 양자, 시공간, 우주의 기원, 인간과 의식의 작동원리, 존재 의의를 조명한다. 책은 우주가 탄생한 빅뱅까지 거슬러 올라가 인간이 우주 안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밝히는 것부터 시작해 물리법칙 대부분을 설명하는 데 성공한 ‘표준모형(코어이론)’을 소개한다. 이어 생명이 작동하는 원리를 되짚으며 생명은 우주가 흘러가는 과정 중 하나로 우주의 존재 이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논증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의 화살, 양자장론 등 다채로운 물리학 이론을 맛볼 수 있다.

물리학의 주요 이론은 자유의지처럼 사람이 특별하다고 느끼게 해온 것들을 무의미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미국 이론물리학자이자 저자인 션 캐럴은 그 속에서 인간의 존재 의미를 재정의한다. 물리학 이론과 함께 프리드리히 니체, 르네 데카르트, 토머스 홉스, 루비드히 비트겐슈타인 등 철학가들의 사상을 차근차근 돌아본 그는 우울해하긴 이르다고 말한다. 인간은 ‘의식’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의식이 물리 법칙을 초월한 무언가는 아니더라도 화법과 용어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의식도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시적 자연주의’라고 정의한다. 물리적 세계관을 받아들인 ‘자연주의’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인간은 특별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과 인간의 가치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입장의 절충안이다. 저자는 “가치도 결국 인간이 만든 개념”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의미와 가치를 부지런히 발견해야 하는 것이 모든 인류의 공통과제”라 말한다. 삶의 의미는 초월적이지도 숭고하지도 않지만, 여전히 묵직하고 중요하다는 말이다.

시적 자연주의는 저자가 영국 성공회의 독실한 신자에서 무신론자이자 자연주의자로 돌아서며 찾은 새로운 세계관이기도 하다. 종교적 세계관을 잃고 방황하던 그는 내세가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자 “삶은 예행연습이 아닌 본 무대”가 됐으며, 행복하고 편안한 것을 추구하던 것을 넘어 의미를 찾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과학이 오랜 세월 동안 발견한 사실과 이로 인해 바뀌어 온 세계관, 인간이라는 근본적인 질문 등이 담겨있다. 1만9800원.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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