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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떠돌던 '고교등급제' 실태 드러나나

교육부, 13개 대학 대상 실태조사 진행 중

고교별 프로파일, 단계별 합격현황 등 조사

서울대 정문. 교육부는 서울대 등 13개 대학에 대해 고교 등급제 적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13개 대학에서 진행 중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에서 ‘고등학교별 프로파일’과 활용지침, ‘단계별 합격 현황’ 등을 통해 이른바 ‘고교 등급제’의 적용 여부를 중점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평가가 개입되는 학종에서 출신 고교의 ‘이름값’이 합격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는지를 우선 분석하겠다는 것으로, 이를 통해 말로만 떠돌았던 고교 등급제의 실체가 확인될 지 주목된다.

20일 교육부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13개 대학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포함한 19개 영역 32개 항목의 입시 자료를 제출받아 이달 말까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제출 자료에 학교별 교육목표와 평가 방법, 동아리 운영 등이 담긴 고교별 프로파일과 각 대학의 프로파일 활용지침이 포함되는 등 전반적으로 정성평가를 통한 점수 역전 및 근거를 살펴 고교등급제의 적용 여부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교육계는 보고 있다. 실제 ‘서류 통과자 순위별 대장’ ‘단계별 평가 결과 및 사정자료’ ‘면접 점수산정 리스트’ 등을 보면 서류 성적이 좋은 일반고 출신이 면접에서 탈락했는지, 일반고 합격생이 특정 지역에 쏠려있지는 등이 확인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조사로 일반고 홀대 현상이 확인될 경우 정부가 검토 중인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 일괄 폐지 정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판단된다.

고교등급제란 개별 학생의 능력이 아니라 출신 고교의 유형이나 소재지, 과거 입시성적 등으로 학교 등급을 서열화해 학생을 평가하는 것으로 본고사·기여입학제와 함께 ‘3불(不) 정책’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변별력’을 중요시하는 대학들이 반발하면서 주요대 입시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전국 단위 자사고인 하나고는 지난 2018학년도 입시에서 학생 4명 중 한 명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반면 서울대 입학생을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일반고 비율은 55%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 고교별 입학 비율이 암암리에 자리 잡자 이에 포함될 학생만을 특별 관리하는 지역 고교도 늘고 있다. 또 주요 대학의 면접 전형은 학습 수위를 묻는 일종의 지필고사를 포함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요 대학들은 ‘3불 정책’의 폐기를 주창하면서 논술전형·특기자전형 등에 지필고사를 더하고 내신등급 간 점수차이를 극소화 하는 등 ‘특수목적고(특목고) 우대 전형’을 늘리는 형태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학종이 중심 전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 전형도 관련 논란 자체도 수그러든 상태다. 평가 및 선발 기준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학종을 통해 보다 자유로운 선발이 가능했던 셈이다. 학종의 대입 선발 비율은 2020학년도 기준으로 전체의 25%에 그치지만, 주요 대학에서는 50%를 상회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고교등급제 등 부정행위 정황이 보이는 대학이 발견될 경우 특정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하지만 특목고 등에 편중된 입시 경향이 수치상으로 확인될 뿐 고교등급제의 실체까지 파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고려대는 지난 2009년 정량평가인 수시 교과중심 전형에서 일반고 내신 1~2등급 대신 외고 5~7등급 학생을 합격시켜 법적 공방을 빚었지만 승소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영어, 한국사에 이어 향후 제2외국어까지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는 학생 선발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설령 실체가 규명된다 해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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