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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 시대에도 내부 혁신 'OFF' 수준

[빅테크發 금융 빅뱅]

업무 방식·평가서 보상체계까지

디지털금융 환경 맞게 설계 안돼

또다른 실적 압박·줄세우기 논란

A은행은 지난달 30일 오픈뱅킹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소비자가 오픈뱅킹 가입을 추천한 직원의 이름을 쓸 수 있는 창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넣을 것인지를 두고서다. 은행들이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거는 시점에 앱을 통한 가입 과정에서까지 권유 직원의 이름을 쓰는 것은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소비자가 선택에 따라 기입할 수 있는 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뜻밖에도 일선 영업점에서 나온 주장이었다. 창을 아예 없애버릴 경우 영업점 직원 입장에서는 대면 고객이 자신의 추천에 따라 오픈뱅킹에 가입해도 그 실적을 인정받을 경로가 없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디지털화 흐름과도 맞지 않는데다 지점 직원들에게 공연히 실적 압박의 수단이 될 수 있어 해당 항목을 넣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영업부서에서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다”며 “디지털 채널이 활성화하는 상황에서 대면·비대면 각각의 성과를 정확하게 평가·측정할 방법이 아직 없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일단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은행들이 저마다 ‘디지털 전환(DT)’을 선포하며 디지털 역량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내부혁신은 녹록지 않다. 경영진에서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 전사적인 공감대를 얻으려면 업무 방식과 문화는 물론 평가와 보상 체계까지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더디다.

‘디지털지수’ 개발을 공언했던 KB국민은행이 지수 개발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말 기존 업무의 디지털 전환 수준을 점검하겠다며 디지털지수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노조의 반대에 무산됐다. 디지털 전환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도 마땅찮은 상황에서 디지털지수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실적 압박과 직원들에 대한 ‘줄 세우기’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반발 때문이다. NH농협금융도 지난달 ‘DT 비전 선포식’을 열고 디지털 성과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안팎에서는 “또 다른 핵심성과지표(KPI) 항목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사업영역과 고객 접점을 디지털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내부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라며 “업무환경과 성과 측정·평가 방식까지 디지털 환경에 맞도록 설계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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