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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건축문화대상-심사총평] 박인석 위원장 "가치·형태 등 '건축 공공성' 담론화 계기되길"

■ 명지대 건축학전공 교수





모든 건축은 공공재다. 공공건축은 물론이려니와 사적 건축 역시 공공공간에 접해 있고 면해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공공재일 수밖에 없다. 모든 건축은 공공 공간 구성에 직접 관계한다는 얘기이니 공공 공간의 질을 높이는 일은 모든 건축의 공통과제인 셈이다. 사적 욕망의 관계망 속에서 하루하루 생존에 바쁜 개인들이 순간순간 자신이 공적 존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자신이 속한 공적 세계가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을 만하고 자신의 삶을 기댈 만한 세계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공공공간을 만들어가는 일. 실제 세상이든 사이버 세상이든 공적 영역이 축소와 왜곡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 한 우리 사회에서 건축이 구현하는 공적 영역으로서의 공공공간이 갖는 의미가 한층 절실하다. 지금 공공성이 한국 건축에 내려진 중요한 화두이자 과제인 까닭이다.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의 중요한 기준 역시 공공성이었다. 건축물에 직접 요청되는 프로그램의 기능적 해결은 당연한 것이니, 그것을 넘어서는 공공적 가치의 구현이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데 모든 심사위원이 쉽게 합의하였다. 그러나 중요 심사기준을 공공성으로 삼는 데 합의한다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건축의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그 층위의 다채로움과 개인별 이해의 차이는 필연적으로 평가의 차이로, 그리고 치열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도시 맥락에서 질 높은 풍경과 장소 만들기’라는 가치와 ‘건축 내적으로 창출한 공적 생활공간과 형태’라는 가치 중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평가해야 하는가. 도시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건축에 새로운 존재방식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선도적 실천이야말로 중요하게 평가해야 할 가치가 아닌가. 아무리 공적 가치를 지향한다 해도 건축물 자체의 형태와 공간의 완성도가 병행되어야 좋은 건축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건축물 자체의 형태에 집중한 작품이라 해도 관행과 보편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간형식과 형태언어를 구현했다면, 건축의 의미와 가치 구현의 폭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공공성의 범주에 포함해야 할 가치가 아닌가.

공공성과는 별개로 건축가의 지향과 성취의 논리적 일관성에 대한 논쟁도 치열했다. 건축물 자체의 형태와 공간의 완성도를 지향한 작품에서의 상세의 허술함과 공적인 맥락에서의 풍경과 장소 만들기를 지향한 건축에서의 상세의 허술함을 같은 척도로 평가할 수 없지 않은가. 설계도서 평가 회의실에서, 현장평가 현장에서, 전국을 누빈 버스와 배 안에서 내내 이어진 토론 속에서 고려해야 할 가치와 척도들에 대한 숱한 의견이 쏟아졌다.



어차피 이 가치와 척도들은 중요한 정도를 가려 한 줄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작품별로 각각의 가치를 구현해낸 수준이 다르고 그에 대한 개인별 평가 또한 다를 수밖에 없으니 더욱 그렇다. 결국에는 거론된 여러 가치에 대한 동시적 고려와 안배가 이뤄졌다.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갖는 생산적 효과는 합일 기준을 도출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려해야 할 가치들’의 목록을 더해가는 데에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긴 토론 속에서 동의하는 가치들이 걸러졌고 수상 작품의 선정과 작품별 순위에 합의했다. 그러나 일부 부문의 최종 순위 결정 등 몇몇 지점에서는 끝내 합의에 달하지 못하고 표결이라는 차선책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더욱 더 진지한 논의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수상작들은 이미 각각의 장소에서 시민들의 사용과 향유를 통해 우리 사회 공공성의 폭을 넓히며 ‘실천’하고 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이라는 이벤트가 이들 실천을 확인하고 시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건축의 공공성을 둘러싼 담론 생산의 실마리로 진전하기를 기대한다. 그럼으로써 공공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계기로 작동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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