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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기업 커지면, 건물도 커져...'성장'하는 도심 연구시설 상징

■ 마곡 '더 넥센 유니버시티'

'성장' 콘셉트...수직증축 염두 두고 설계

할당 용적률서 2개층 높이 비워둬

나선형·타이어 닮은 외관도 인상적

친환경 기술 집약한 '녹색 건축물'

지열·태양열 이용 전력량 6% 대체

에너지 순환 '패시브 시스템'도 갖춰

지역 주민에 개방된 '상생의 공간'

카페·북 라운지·미디어월 등 마련

공연·캠핑 등 다양한 용도로도 개방

더 넥센 유니버시티 동측 전경. 타이어 트레드(바퀴 모양)를 닮았다. 빗살무늬 사선은 외부에서 흡수하는 햇빛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사진제공=이남선




주요 기업들의 첨단 연구시설이 즐비하게 들어선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는 기업들의 신흥 ‘연구개발(R&D) 경연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곳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마곡나루역을 따라 단지 중심으로 이어지는 마곡중앙로를 지나다 보면 유리 외관에 강렬한 빗살무늬가 빼곡하게 새겨진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넥센타이어가 건립한 R&D 센터 ‘더 넥센 유니버시티’다. 이름을 듣고 나면 건물 외관의 모습은 쉽게 이해된다. 노면 위를 빠르게 달리는 타이어 바퀴의 트레드(바퀴무늬)를 닮아서다. 마곡 R&D 밸리를 완성하는 하나의 건물로 기존 연구개발 시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더 넥센 유니버시티는 각 층이 마치 똬리를 틀 듯 상부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이남선


<회사 커지면 건물도 ‘성장’>

더 넥센 유니버시티는 타이어 회사라는 다소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나 직원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공간이 되겠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타이어 제조 회사라는 정체성에 더해 ‘성장’이라는 모티브가 더해졌다. 건물을 설계한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는 “넥센타이어는 역동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고 성장 가능성도 높은 회사”라며 “이에 맞춰 건물의 콘셉트를 ‘성장’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일차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타이어 트레드 모양의 유리루버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정원(중정)을 중심으로 복합공간이 펼쳐진다. 건물의 본래 성격인 개발·연구 공간 외에도 다양한 회의실과 휴게실·식당·라운지 등이 다채롭게 들어서 있다.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층으로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연구시설과 부대시설로 채워진 공간이다. 다시 자연스럽게 다음 층으로, 또다시 다음 층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건물은 나선 형태로 층마다 조금씩 똬리를 틀며 올라가는 듯 보인다. 중심부의 중정을 둘러싸고 상승 연결되는 이 건물은 연구자를 비롯한 직원과 지역주민 등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교류의 장으로 기능한다.

더 넥센 유니버시티는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비교하면 다소 낮게 설계됐다. 건물에 할당된 용적률을 감안한 최대치보다 2개 층 정도 높이를 비워둬서다. 넥센타이어는 현재 상태에서 이 정도의 공간이 딱 필요한 양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연구·개발 수요가 늘어나면 공간은 더 필요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언제든 나선형 형태를 따라 2개 층 정도가 더 올라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한다면 그에 맞춰 건물도 성장하지 않겠나. 똬리를 한 번 더 틀어도 어색하지 않게 처음부터 수직 증축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그 자체로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내부 중정. 풍부한 녹지를 갖춘 도심 내 연구시설은 연구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여유를 제공한다. /사진제공=이남선


<녹색 건축, 상생의 공간 의미 담아>

연구시설이라는 본연의 성격을 제외하고 보면 더 넥센 유니버시티는 친환경 기술을 집약한 ‘녹색 건축물’이면서 지역 주민에게 폭넓게 개방한 상생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 점 때문에 이 건물은 도시와 소통하고 있다.

우선 건물은 지열과 태양열을 이용해 건물 전체가 소비하는 전력량의 6%를 대체하도록 했다. 로비 바닥은 지열로 난방을 하고 건물 상부의 태양광 PV패널과 아트리움 천장의 BIPV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절약형 연구시설이 되도록 설계됐다.

단순히 최첨단 친환경 기술로만 따지면 더 많은 기술이 집약된 건물은 여럿 있다. 더 넥센 유니버시티는 건물 자체가 에너지 순환 구조를 띠는 ‘패시브 시스템’을 갖췄다. 오피스는 주택과 달리 외부의 열기와 빛을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타이어를 형상화한 줄만 알았던 건물 외부의 트레드 모양 유리 외벽은 전망을 트이게 하는 효과뿐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오는 햇빛 차단을 위한 기능적 효과도 지니고 있다. 유리에 새겨진 ‘프릿 글라스’ 패턴은 오피스 내부로 흡수하는 열을 20% 이상 줄여 내부 열기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한다. 건물 내부 중정 또한 녹지를 통한 열부하 감소 효과를 낸다. 북쪽과 서쪽은 바깥으로 뚫려 있어 바람이 통하면서 열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건물은 이와 더불어 지역 주민에게 개방된 ‘상생의 공간’으로 설계됐다. 용지 공급 조건으로 마곡산업단지의 건물 대부분은 1층 로비 부분을 지역 주민에게 전면 개방하도록 돼 있다. 더 넥센 유니버시티는 단순히 문을 개방한 수준에 그치지 않고 내부를 카페와 북 라운지, 미디어월 등으로 꾸며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건물 내부를 따라 올라가면서 나오는 정원과 다양한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행사용으로 공연과 캠핑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방된다.

외부와의 상생이 중요하다지만 건물 본연의 역할은 보안이 필수적인 연구시설이다. 자칫 너무 많이 개방하면 연구에 방해될 수 있다. 이 건물은 개방적 특성을 기본적으로 갖추면서도 기업이 원하는 만큼만 개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용객들은 동선에 따라 건물을 이용하면서도 보안 구역에는 접근할 수 없다. 근무자와 방문객이 소통·교류하면서도 보안 유지는 철저히 이뤄지는 구조다. 외딴곳의 ‘나홀로 연구시설’이 아닌, 도심 내 연구시설의 ‘독특한 원형(prototype)’을 제시하는 셈이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스태프 라운지에서 내려다본 로비의 모습. /사진제공=이남선


건물 내부의 안내·리셉션 공간. 안내데스크는 타이어 모양을 닮았다. /사진제공=이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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