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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코알라 다음은

통영·제주 등 잃어버린 겨울 잇따라

濠 산불 석탄서 내뿜는 이산화탄소 탓

기후악당 반열 오른 韓 남의 일 아냐

지금 당장 지구적 차원 대책 세워야

한기석




호주에 이민 간 친구가 연초에 찾아와 경남 통영에서 휴가를 즐겼다. 친구들과 통영에 간 것은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 기억이 하도 좋아 매년 이렇게 놀자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올해 지켰다. 통영은 한겨울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 골프가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일부 응달진 페어웨이나 그린의 느낌이 딱딱한 것을 제외하면 100점 수준이었다. 올해는 120점을 줘도 될 정도였다. 봄바람을 넘어 초여름 산들바람이 부는 듯했다. 땀이 나 목도리와 방한모를 벗어야 했다. 4명의 중년은 이렇게 좋은데 집 사서 눌러앉는 게 어떠냐며 잔을 기울였다. 멋진 휴가를 끝낸 직후인 7일 제주도의 낮 기온이 23.6도까지 올라 1월 기온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봄의 전령 철쭉이 한겨울에 자태를 뽐내고 제주도를 대표하는 유채꽃도 꽃망울을 터트렸단다. “통영보다 제주도에 집을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북구에 사는 한 아저씨가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벤치에 앉아있는 사진이 떠올랐다. 찾아보니 1월3일자 기사였다. 노르웨이 라우마시의 이본 볼드 시장은 “보통 이 시기에는 스키를 타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거리에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통영도 제주도도 다 됐고 이제는 노르웨이에 집을 구해야 하나. 통영·제주도·노르웨이를 따로 떼어내 볼 때는 그냥 좋기만 했는데 이어서 보니까 무엇인가 서늘한 느낌이 다가온다. 맛있는 음식도 하루 이틀이지 된장국만 한 것이 없는 것처럼 날씨도 어쩌다 한 번 따뜻해야지 겨울이 겨울답지 않고 봄으로 여름으로 바뀌면 되겠는가. 얼핏 지나쳐서 그렇지 요즘 잃어버린 겨울을 보여주는 기사가 거의 매일 나오고 있다.

잃어버린 겨울이 단기간에 나타나는 이상기후의 사례라면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호주 산불은 장기간에 걸친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휴가를 마치고 집에 돌아간 호주 친구는 “시드니공항에 내리자 하늘 전체가 검붉은 빛으로 가득했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며 “산불은 전에도 자주 났지만 이번 산불은 훨씬 더 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친구의 말처럼 이번 호주 산불은 피해가 유례없이 막심하다. 남한보다 더 큰 면적이 재로 바뀌었고 10억마리 이상의 동물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호주 산불의 원인으로 인도양 쌍극화 현상을 꼽는다. 인도양 쌍극화는 인도양 동·서부의 수온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호주와 맞닿은 인도양 서부의 수온이 최근 더 많이 오르면서 공기 중 수분이 뜨거운 쪽으로 빨려들어 호주가 바짝 마르고 비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도양 쌍극화 현상을 부추기는 것은 호주의 석탄일 가능성이 높다. 호주는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다. 석탄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돌고 돌아 호주에 기후변화를 몰고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호주는 영국 민간단체가 선정한 세계 4대 기후악당 중의 하나다.



한국이 호주와 같은 4대 기후악당 반열에 올라선 사실을 알면 호주 산불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기후변화비상행동이라는 단체가 13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모든 국민이 관심을 두고 비상행동에 나서도 시원찮은데 고작 50명 남짓한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천성이 느리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코알라는 이번 호주 산불로 기능적 멸종 상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알라가 다 죽어 멸종되면 다음 차례는 사람 아닐까. 어른들이야 하고 싶은 일 다 해봤을 테니 별 미련이 없겠지만 밤낮으로 공부만 한 우리 자식들은 얼마나 화가 날까.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느냐”며 지구를 망친 어른들을 질책할 만도 하다. 기후위기는 내일 얘기가 아니다. 일부 과학자는 지구가 기후변화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인 티핑 포인트를 이미 넘겼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온 지구인이 기후자살 하기 전에 지금 당장 지구적 차원에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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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논설위원실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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