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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감정이입 못하면 '죽은 작품'…물 흐르듯 찍어야 쏙 빠져들죠" [비하인드 더 드라마]

■ '최고령 촬영감독' 서득원

여명의 눈동자·태왕사신기 등 촬영

"후배에게 배우는 자세가 장수 비결

배려·양보가 좋은 드라마 만들어"

서득원 드라마 촬영감독 인터뷰./권욱기자




1955년생, 만 65세. 은퇴해 여가를 즐길 법한 나이에도 여전히 드라마 현장에서 활발히 활약 중인 이가 있다. MBC ‘여명의 눈동자’와 SBS ‘모래시계’, KBS ‘태왕사신기’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과 함께한 서득원 촬영감독이다.

드라마 제작 뒤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비하인드 더 드라마’의 아홉 번째 주인공인 서 감독을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 사옥에서 만났다. 현직 최고령 촬영감독인 그는 1981년 MBC에 입사해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1991년 개국한 SBS로 이직해 정년을 채우고 2018년까지는 계약직으로 SBS에서 일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프리랜서가 되어 tvN ‘위대한 쇼’ 작업에 참여했고, 올 상반기에도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친구들은 은퇴해 손주들을 돌보고 있지만 서 감독은 후배들과 함께 현장에서 뛴다. 그 비결을 묻자 그는 “나이 들었다고 저만의 고집을 부리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열린 마음으로 대하니 후배들에게 배우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다. 서 감독은 “장비가 계속 새롭게 바뀌는 만큼 모르면 솔직하게 물어보고 후배들에게 배운다”며 “배우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요즘 드라마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 그는 “시청자가 드라마를 제일 편안하게 이해하고 내용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하는데, 전달이 되든 말든 자기 그림에 빠지거나 멋을 부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컷, 한 컷이 멋있더라도 시청자가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면 ‘죽은 드라마’라는 것이다. 작가, 연기자 등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도 ‘저거 서득원 감독이 찍은 거 같다’고 말할 만큼 그는 그만의 물 흐르듯이 편안하게 흘러가는 영상을 자랑한다.

서득원 드라마 촬영감독 인터뷰./권욱기자




서 감독이 처음 드라마 업계에 발을 들인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는 “아버지가 영화 관련 일에 종사해서 어린 시절부터 영화 현장을 쫓아다녔다”며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카메라를 만지기 시작하면서 카메라와 연이 됐다”고 회상했다. 스틸 사진보다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아내는 영상에 더욱 매력을 느껴 영화 쪽으로 넘어갔지만, 영화계의 열악한 상황 탓에 방송 쪽으로 넘어가 MBC에 입사했다.

오랜 기간 현장에 몸담은 서 감독이 강조하는 것은 배려와 양보다. 드라마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닌 만큼 각자 자존심을 세우기보다는 작품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촬영감독으로서 연출자의 의도를 맞춰주는 게 작품을 위해서 좋다고 생각한다”며 “합의점을 못 찾을 때는 연출자 쪽으로 양보하고, 서로가 편해지면 자연스럽게 의견이 일치되는 상황이 된다”고 덧붙였다. ‘여명의 눈동자’ 등을 연출한 고(故) 김종학 감독과 25년 간 합을 맞춘 그는 김 감독에 대해 “작품 세계가 독특했던 훌륭한 연출자였던 만큼 지금 건재했다면 작품을 계속 하셨을 것”이라며 “아쉬움 그 이상으로 안타깝다”고 씁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드라마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는 열악했던 촬영 현장을 무수히 거쳐왔다. 밤새는 일이 허다했고 평일·주말 상관없이 하루 18시간 촬영이 기본인 때도 있었다. 해외 촬영을 할 때면 “너희 나라에는 빨간 날(휴일)이 없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대본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시간에 쫓겨 도장 찍듯이 영상을 찍을 때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현장이 지겨울 법도 하지만, 그는 지금도 “현장이 즐거울 때가 더 많고, 작품을 만들어냈을 때의 기쁨이 중독처럼 자꾸 생각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여전히 현장에 있다. 서 감독은 “건강이 허락하는대로, 후배들이 찾는 동안은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며 웃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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