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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미국, 제국의 연대기] 영토 확장사로 본 ‘美 제국’의 민낯

■대니얼 임머바르 지음, 글항아리 펴냄

美생체실험장이던 푸에르토리코

기술개발 활용 세계 식민지화 등

미국의 영토확장사 추적 통해

감춰진 '제국'의 민낯 파헤쳐

북미대륙 내 미국 본토 영토(큰 사진)와 알래스카(작은 사진 왼쪽부터)·하와이. 하와이와 알래스카는 1959년 주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현재 발간된 대부분의 미국 로고 지도에서 빠져있다.






영화 ‘스타워즈’는 은하제국에 맞선 저항군들의 이야기로 200년 남짓한 미국 역사의 건국 신화와 같은 위상을 지키고 있다. 실제로 대영제국에 대항해 건립된 미국은 이후로도 히틀러의 천년제국인 라이히, 일본제국, 소비에트 연방 등 여러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며 국가를 형성해왔다. 미국이 자신들의 역사를 반제국주의 역사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은 미국의 단면만을 보여준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은 해외 영토로 발 빠르게 손을 뻗기 시작했다. 1867년 알래스카를 점유했고, 1900년에는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괌을 흡수했다. 이후 하와이 섬과 웨이크 섬에 이어 버진아일랜드를 사들이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까지 미국 육지면적의 5분의 1에 달하는 영토를 확보했다. 미국의 이 같은 확장 행보는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나라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미국은 제국인가.

신간 ‘미국, 제국의 연대기’는 영토 차원에서 미국의 성장 과정을 추적해 제국으로서의 미국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인 대니얼 임버바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앞선 질문에 대해 “미국은 명백히 제국이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렇다”고 답한다. 총 2부로 구성된 책은 제1부에서 섬을 점령하고 식민 열강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의 초기 영토확장의 역사에 주목하고 제2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행된 미국의 탈식민 정책과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점묘주의 제국으로 발돋움한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미국을 한정시킨 ‘로고 지도’와 1941년 무렵 미국 영토의 전부를 나타낸 지도를 비교하며 영토 확장 역사에 주목해야 미국의 본 모습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로고 지도는 미국이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자발적으로 편입된 주(州)들로 구성된 연합체란 인식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군사적 필요로 많은 섬들이 미국령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 중 대부분에서 미국 본토와는 다른 법이 적용됐으며, 인종차별이나 노예 문제 등도 심각했다. 푸에르토리코의 경우 미국의 생체 실험장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정치학자 베니딕트 앤더슨이 ‘로고 지도’라고 부른 미국 지도./사진제공=글항아리


1941년 기준 ‘확장된 미국’ 지도./사진제공=글항아리


그럼에도 많은 미국인이 미국을 제국이 아닌 공화국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이후 점령지에서 빠르게 철수했다. 식민지를 보유하지 않아도 제국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덕분이다. 플라스틱의 개발은 식민지 열대작물로 만들던 제품을 인공물로 대체할 수 있게 만들었고, 비행기·라디오의 발명은 미국의 아이디어와 인력을 세계 각지에 전파할 수 있게끔 도왔다. 나사 부품부터 도로 표지판까지 미국식 표준이 세계 표준으로 정립됐고, 그 만큼 미국의 영향력은 커졌다. ‘식민화’가 ‘세계화’로 대체된 것이다.

과학·기술에 힘입어 식민지에서는 철수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식민지 시대의 일부 영토를 점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모든 나라가 보유하는 기지를 합쳐도 30개에 불과하지만 미군기지는 800개가 넘는다. 수십 개 국가가 미군 기지를 수용하고 있으며 이를 거부하는 나라들도 미군 기지에 둘러싸여 있다. 저자는 지도 제작자 빌 랭킨의 개념을 빌려 미국이 ‘점묘주의 제국’으로 발돋움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제국’이란 개념 자체를 비판하지 않는다. 제국은 전초기지와 식민지를 거느린 국가의 형태를 정의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국이란 인식이 결여된 채 주변 영토를 차별하는 미국사회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보낸다. 2017년 북한이 괌 주변에 ‘포위 사격’을 단행하겠다고 위협했을 때 미국 본토 언론은 그곳에 주둔한 군대의 운명에 더 많은 관심을 보냈으며, 같은 해 허리케인이 푸에르토리코를 덮쳤을 때도 미디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매우 낮았다. 시민권은 있지만 대통령 투표권은 없는 괌과 푸에드리코 같은 영토에서는 이 같은 처사 속에 독립을 둘러싼 여론이 주기적으로 고조되며 정치적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3만5,000원.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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