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의창만필] 직업병과 1만시간의 법칙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아름답고 젊게 하는일 20년 하다보니

사람 얼굴 스캔하는 직업병 자주 발동

미인 보는 눈 변화도 반복 훈련 때문

새해에 세운 목표 달성 위해 노력을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10여 년 전이다. 여자 고객 중에 독일인 축구 감독과 결혼해서 독일에서 생활하다 가끔 병원에 오는 분이 있었다. 그의 동생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들렀다가 우연히 그 고객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반갑게 인사하는 순간에도 그의 얼굴을 스캔하는 내 눈길을 눈치챘는지 나중에 우리 자리에 와인 한 병을 들고 와 말했다. “서 원장, 당신 참 안됐다. 남자가 예쁜 여자를 예쁘게 못 보고 항상 치료의 대상으로 봐야 하니….”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모에 성격도 시원시원한 분이었는데 직설적으로 필자를 디스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눈코를 주로 수술하는 성형외과의사는 사람 얼굴을 보면 눈코의 문제점이 한눈에 들어오고 치과의사는 상대편의 치아를 먼저 보게 된다고 한다. 필자도 하루에 수십명의 고객 얼굴을 분석하다 보니 일상에서 그 고객을 마주한 순간 직업병이 발동했나 보다.



직업적으로 사람의 얼굴을 스캔한 지 20여년 정도 되다 보니 필자의 눈이 변했다. 지난 1980~1990년대 추석이나 설 명절이면 TV에 자주 방영되던 특선 영화 중 ‘닥터 지바고’가 있었다. 러시아 소설가이자 시인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유명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1965년 데이비드 린 감독이 만든 로맨스 전쟁 영화이다. 이집트 출신 배우로 그의 이름을 딴 담배나 화장품도 출시된 오마 샤리프가 의사인 유리 지바고 역을 맡았고 찰리 채플린의 친딸 제럴딘 채플린이 지바고 부인인 토냐 역을, 줄리 크리스티가 지바고의 애인 라라 역을 맡았다. 정숙한 부인 토냐도 아름다웠지만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라라는 이목구비 선이 굵은 야성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로 10~ 20대 때 필자에게는 여신 같은 느낌이었다. 애잔한 ‘라라의 테마’를 배경음악으로 지바고와 라라의 못다 한 러브스토리는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다. 한동안 못 보던 닥터 지바고를 10년 전인가 우연히 다시 보게 됐는데 라라가 나오는 장면에서 그의 턱이 주걱턱처럼 눈에 거슬리는 것이 아닌가. 순간 ‘또 직업병이 발동됐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비슷한 경험은 어머니 사진에 관한 것도 있다. 2년 전 작고하신 어머니는 미인이셨다. 대부분의 아들이 어머니를 미인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필자도 어머니를 세상에서 가장 미인일 뿐 아니라 이상형이라고 생각했다. 20대에 진주 목걸이를 하고 찍은 명함 사진 속 어머니가 너무 아름다워 30대까지 지갑 속에 늘 넣고 다녔던 기억도 있다. 그러다 5년 전 다시 열어본 사진 속에는 절세미인은 사라지고 둥글둥글 평범한 미인인 어머니가 웃고 있었다. 늘 고객의 얼굴에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다 보니 20년 사이 필자의 눈이 그만큼 변한 것이다.



‘티핑 포인트’로 유명한 작가 맬컴 글래드웰이 ‘1만 시간의 법칙’을 소개했다. 어느 분야든지 한 가지 일에서 큰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루 4시간씩 1년에 250일(1,000시간)을 반복하고, 그렇게 10년간 1만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절대 연습량이 해당 분야의 최고 경지에 이르는 데 중요하다고 그가 예시로 들은 내용이 실제는 음악가의 약 30%밖에 해당되지 않고 그보다는 오히려 타고난 재능이 더 중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음치인 사람이 아무리 연습을 한다 해도 파바로티처럼 노래를 잘 부를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재능으로 이뤄진다’는 말처럼 1만시간의 법칙은 노력과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인을 보는 필자의 눈이 높아진 것도 1만시간 동안 반복된 훈련의 결과 같다. 저마다 2020년 새해를 맞아 다짐한 게 있을 텐데 연초에 세운 목표들을 다 달성할 수는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훈련하다 보면 콩나물 물 주기 식으로 어느 날 훌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골프는 정말 잘 안 느는 것 같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