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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 빨리 치료해야 신장 기능도 좋아져요"

심장이 무질서하고 빠르게 뛰면

심장과 혈액 정화 콩팥 기능 악화

이상 전기신호 내보내는 심장부위

고주파로 지지는 도자절제술 하니

약물치료보다 콩팥 기능개선 우수

방치땐 뇌경색…음주량·빈도 줄여야





심장에서 내보내는 혈액의 25%는 콩팥(신장)으로 공급된다. 그런데 심장근육에 심장을 뛰게 하는 전기회로가 끊기거나 이상이 생기면 산소·영양분이 담긴 혈액을 온몸으로 공급하기 위해 펌프질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부정맥인데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규칙적인 수축·이완 운동을 하지 못하고 무질서하게, 그리고 분당 300~600회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뛰면서 미세하게 바르르 떠는 심방세동이 가장 위험하다.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두근거림·호흡곤란·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잦아지면 귀처럼 튀어나온 좌심방 아래쪽(좌심방이)에 혈액이 정체되면서 엉겨붙어 큰 혈전이 잘 생긴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 뇌에 산소·영양을 공급하는 경동맥 등 큰 혈관을 막아 광범위하고 후유증이 큰 뇌경색(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4~5배 커진다. 전체 인구의 1% 안팎이 심방세동 유병자로 추정되며 건강보험 진료인원은 지난 2014년 약 13만5,000명에서 2018년 20만명으로 48% 증가했다.

박희남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방세동도 퇴행성 질환이어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만성화된다”며 “더구나 초기 환자의 40%가량은 무증상이어서 뇌경색이 발생한 뒤에야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박희남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심방세동 환자에게 전극도자절제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심장 기능 떨어지면 혈액 25% 쓰는 콩팥도 ‘몸살’

심방세동은 초기에는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발작성’으로 시작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한다. 이렇게 되면 혈액이 콩팥 내부에 정체되는 울혈 증상이 생기고 내부 압력이 상승해 콩팥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 고혈압이 동맥경화와 안압 상승을 유발하는 메커니즘과 비슷하다.

따라서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 초기에는 발작성 심방세동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진단이 가능하며 우선 약물(항부정맥제) 치료를 한다. 약물이 안 듣고 자꾸 재발하면 혈관을 통해 가는 고주파·전극 카테터(도자)를 심장까지 밀어 넣어 잘못된 전기 신호를 내보내는 부위(동방결절 등)를 지지거나 절제하는 전극도자절제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갈비뼈 사이 피부를 0.5㎝쯤 절개한 뒤 흉강경·고주파로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분을 전기적으로 차단하는 외과적 수술을 하기도 한다.

박 교수팀에 따르면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군은 약물치료군보다 콩팥 기능이 향상됐다. 콩팥 기능은 콩팥 사구체가 1분 동안 깨끗이 걸러주는 혈액량인 사구체여과율(분당 90~120㎖가 정상)로 평가했다.

2009~2012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 571명의 사구체여과율은 치료 전 평균 81.4㎖에서 5년 후 84.6㎖로 3.9% 증가했다.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들과 나이·성별 등이 비슷하고 약물치료만 받은 1,713명의 사구체여과율은 81.8㎖에서 82.4㎖로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박 교수는 “전극도자절제술로 심장 박동의 정상 리듬이 회복돼 충분한 양의 혈액이 공급되고 콩팥 내 혈액 흐름이 원활해져 콩팥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수치로 보면 사구체여과율 향상 정도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신장내과 전문의 사이에서도 ‘콩팥은 기능이 나빠질 뿐 좋아지지 않는다’는 게 통념이어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매일 음주 땐 주 2회 마실 때보다 심방세동 위험 1.4배↑

다만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모든 환자의 콩팥 기능이 향상된 것은 아니었다. 당뇨병이 없는 심방세동 환자 가운데 콩팥 기능이 향상된 비율은 42.4%로 당뇨병군(31.3%)보다 1.35배 높았다. 또 전극도자절제술이나 약물치료를 받고 5년간 정상 심장박동이 유지된 환자군은 심방세동이 반복적으로 재발한 환자군에 비해 콩팥 기능이 평균 2.7배 향상됐다.

박 교수는 “환자가 젊을수록, 심방세동이 꽤 진행되기 전에 할수록 전극도자절제술의 치료 성적이 좋은데 우리나라 건강보험당국은 일본·대만과 달리 독성이 상당하고 근본적 치료방법도 아닌 항부정맥제로 치료해본 뒤 재발할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술을 마시는 빈도와 1회 음주량이 심방세동 발생률과 재발률·재발간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호주 멜버른 알프레드병원의 피터 키스틀러 박사팀에 따르면 주량을 줄이거나 끊은 심방세동 환자는 재발률이 낮아지고 재발 간격이 길어졌다. 일주일에 10잔(1잔은 알코올 12g) 이상의 술을 마시는 심방세동 환자 140명(3분의2는 항부정맥제 복용)을 음주량을 줄인 군과 그렇지 않은 군으로 나눠 120일 동안 관찰한 결과다. 음주량을 일주일에 평균 2잔으로 줄인 사람의 심방세동 재발률은 53%로 평균 13잔의 술을 마신 군의 재발률 73%보다 낮았다. 키스틀러 박사는 “하루 한 잔 정도의 술은 심장 건강에 이롭다는 얘기도 있지만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최종일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술을 매일 마시는 사람은 주 2회 마시는 사람보다 심방세동 발생 위험도가 1.4배 높다고 발표했다. 건강보험 빅데이터와 국민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2009~2017년 심방세동 신규 진단을 받은 약 20만명을 분석한 결과다. 최 교수는 “심방세동을 예방하려면 음주량은 물론 횟수를 반드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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