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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카카오, 표대결보다 한진그룹 비전·명분 제시…'1% 지분율' 이상의 파괴력 낼수도

■ 카카오 '한진 경영권 분쟁' 참전

조원태측 경영권 정당성에 플러스

소액주주 설득에도 긍정 효과 분석

KCGI와 협력 가능성도 배제못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자산 10조원 카카오(035720)가 참전하면서 카카오의 ‘노림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유 지분은 1%에 불과하지만 오는 3월 주총을 앞두고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지분율 이상의 파괴력을 낼 수 있어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의 선택을 받는 쪽은 경영권 획득의 정당성 측면에서 상당한 플러스 점수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분은 작지만 일종의 전략적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와 한진그룹의 연결고리가 드러난 것은 작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003490)은 지난해 12월 5일 카카오와 플랫폼·핀테크·커머스·콘텐츠·디지털 전환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는 내용을 골자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가 항공권 발권 시장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는 수준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카카오가 한진칼(180640) 지분 1% 가량을 보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180도로 달라졌다. 전략적 파트너라고 해도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의 지주사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예민한 일이다. 3월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이 결정되는 만큼 사전 교감 없이는 힘든 투자다. 카카오가 조 회장 측 우군(友軍)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1%대 지분율로 판세를 뒤집을 수는 없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한진칼 주가가 전날 대비 1.99% 하락한 4만1,800원, 한진칼우(18064K)는 0.29% 내린 6만9,800원을 기록한 것도 이런 이유다. 실제로 한진칼 주주 구성은 조원태 회장과 델타항공(16.52%), 아버지의 유훈을 명분으로 참전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및 반도건설(26.55%) 그리고 행동주의 펀드 KCGI(17.29%), 국민연금(4.11%) 및 기타 주주(34.53%)로 분류된다. 조현민(6.47%) 한진칼 전무는 조 전 부사장 측이라는 평가가 많다. 과반 주주는 없지만 카카오가 조 회장 우군이라고 해도 1% 지분으로는 판세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카카오는 주주제안을 하기도 어렵다. 상장사에 주주제안을 하려면 의결권이 있는 지분 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주총까지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대신 카카오는 조원태 회장 측에 그룹의 미래라는 ‘비전’과 주총 표 대결의 ‘명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월 활성이용자수 4,417만명의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와 협업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다.

조 회장에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회항으로 대한항공 등 주요 계열사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준 장본인이다. 국민연금이나 소액 주주들이 조 전 부사장 측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다. 반도건설도 최근 단순 취득에서 경영 참여로 지분 취득 이유를 변경했지만 어떻게 회사를 바꿀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누가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선택을 받는가가 주총 분위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조 회장이 작지만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주들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KCGI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경영권 분쟁에서 또 다시 패할 경우 뾰족한 엑시트(자금회수) 방안이 없는 KCGI 입장에서 카카오에 지분을 넘기면서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해에만 1,200억원의 자금을 투입, 15개의 회사를 인수합병했다. 2018년 주식예탁증권(GDR) 발행으로 수혈한 약 1조원은 곳간에 그대로 쌓아 두고 있어 실탄도 충분하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확보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 7,884억원이다.

물론 이 경우 장기 투자를 강조해 온 KCGI로서는 투자 명분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지분을 넘기는 대신 카카오와 KCGI와 교감해 전략적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KCGI 펀드 출자자 대부분이 장기 투자자이고 한진그룹을 거버넌스 개선 사례로 만드는 게 목적인 만큼 지분을 당장 넘길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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