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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 칼럼] 정년연장의 정치경제학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

고용 연장 필요성 모두 공감하지만

연공주의 손 안대곤 후유증 뻔해

총선용 슬로건으로 포장하지 말고

노동시장 구조개혁 킹핀 활용 바람직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고용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했다. 지난해 9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는 2022년쯤에는 계속고용제도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애드벌룬을 띄운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이 문제를 다룰 법한 일자리위원회나 국민경제자문회의·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어디에도 구체적인 정책 논의가 진행된 흔적은 없는데도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앞장서 정년연장 논의에 불을 지피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용연장이든 계속고용이든 60세 넘어서까지 고용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첫째, 인력수급의 관점에서 ‘일하는 60대’는 새로운 트렌드가 돼야 한다. 이미 60~64세 인구(381만명)는 25~29세 규모(364만명)를 넘어섰다. 10년 후쯤에는 440만명 대 240만명으로 더 벌어진다. 원활한 인력공급과 적정 성장률 유지를 위해서도 60세 정년은 너무 빠르다. 둘째, 연금재정 안정과 노인복지 관점에서도 고령화는 시급한 과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모두 10년 후쯤에는 65세부터 받게 된다. 정년과 연금수급 연령을 일치시키지 않으면 그 갭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이러저러한 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벌이고 있는 노인 일자리사업이나 기초노령연금의 확대,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을 위한 예산지원 등을 더 큰 규모로 계속해야 한다. 성장과 복지·재정 등의 관점에서 고용연장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적 추세를 보더라도 60세 정년은 사치에 가깝다. 일본을 비롯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65세를 넘어 70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년 자체를 연령차별로 보고 아예 폐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은 이미 1978년부터 70세까지는 나이를 이유로 퇴직시킬 수 없도록 했고 1986년 이후엔 소방관이나 경찰 등 특정 직종이나 일부 고임금 간부들을 제외한 20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서 정년을 없애버렸다. 네덜란드나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연령차별금지법을 통해 정년을 폐지하고 있다. 이들 모두 연금 재정과 인력수급의 안정을 위한 핵심 개혁과제로 정년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문제는 고용연장의 필요성이 아니라 이를 다루는 정부의 태도다. 우리는 호봉 중심 인사제도를 비롯해 문제가 더 꼬여 있음에도 정부는 이를 마치 선거철 공약처럼 다루고 있다. 취임 1주일 만에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던 때처럼 정책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하는 듯하다.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은 관련성을 부인하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대통령이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고용연장을 꺼냈다고 보는 건 비현실적이다. 한국노총이 최근 65세 정년을 들고나온 것도 오비이락일 수 없다. 책임 있는 정책 당국자라면 2013년 박근혜 정부가 60세 정년제를 도입할 때 정치적으로 급조된 날림공사를 방치함으로써 노동시장을 더욱 양극화시키고 40~50대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했던 부작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기업들은 임금과 인사제도를 개편할 틈도 없이 엉겁결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어서 임금피크제나 명예퇴직 등의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대로 60세 정년제 도입 이후 조기퇴직자 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아이러니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년문제를 연공주의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종합계획의 틀 속에 넣고 생각해야 한다. 정년연장 문제를 그동안 미뤄왔던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킹 핀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진행형인 프랑스의 연금개혁처럼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은 자신의 정치생명과 정권의 명운을 걸고 정년연장 문제를 다뤄왔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위험하고 경제적으로 절박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처럼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과 희생은 가려둔 채 캠페인 슬로건이나 총선의 선물로만 포장된 고용연장 논의를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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