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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초연

1816년 로시니 출세작

‘세비야의 이발사’ 후반을 묘사한 그림. /위키피디아




‘세비야의 이발사.’ 연극과 오페라로 세계적 흥행을 거둔 작품이다. 첫 공연은 그렇지 않았다. 프랑스 희곡작가인 피에르 보마르셰의 코미디가 1775년 파리의 연극 무대에 올려졌을 때 관객의 반응은 무덤덤 그 자체였다. 돈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려는 귀족사회를 풍자했다는 점이 알려지며 2회 공연부터는 매진을 기록했으나 당국의 감시를 받았다.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치노 로시니가 곡을 쓴 오페라가 1816년 2월20일 로마의 아르젠티나 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관객의 반응은 최악이었다.

공연 도중 일부 관객들이 소란을 피우고 무대 위에 고양이까지 풀었다. 가수의 노래까지 막아 첫 공연은 난장판이 돼버렸다. 같은 작품에 오페라 곡을 붙였던 선배 작곡가의 질시로 초연을 망치는 통에 24세의 젊은 작곡가 로시니는 하루아침에 폭삭 늙었다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2회 공연부터 관객이 몰렸다. 곧 바다를 건너 세계적 흥행작으로 굳어졌다. 명성을 얻은 로시니의 이름은 사망(66세)할 때 기부금으로 세운 로시니음악학교에 내려온다.



로시니의 출세작 ‘세비야의 이발사’는 풍자로 가득하다. 마드리드에서 우연히 마주친 로진에 반해 세비야까지 쫓아 내려온 알마비바 백작은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구애작전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돈으로 해결하고 최후에 후견인을 설득하는 것도 돈의 힘이다. 백작은 순수한 사랑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계약과 공모·뇌물·보상이라는 돈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마침내 결혼에 성공한다. 둘은 행복했을까. 원작자 보마르셰의 ‘피가로 3부작’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피가로의 결혼(1778년)’에서 백작은 피가로의 약혼자를 돈으로 차지하려는 호색한으로 등장한다.

‘죄 많은 어머니(1792년)’는 막장 드리마 격이다. 백작뿐 아니라 백작 부인이 된 로진이 각각 혼외정사로 낳은 아이들이 성장해 사랑에 빠지는 설정까지 나온다. 하긴 원작자 보마르셰의 삶 자체가 극적이다. 중류 가정에서 태어났어도 돈 많고 명 짧은 미망인과의 잇따른 결혼으로 부와 귀족 신분을 거머쥐었으니까. 사비까지 털어 대포 200문과 소총 6만정 등을 40여척의 배로 미국 독립군에 보낸 것도 유명하다. 연극이든, 오페라든 전 세계 어디에선가는 상영된다는 ‘피가로 3부작’은 18세기부터 흥행작이었다. 모차르트가 곡을 붙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본 나폴레옹이 ‘혁명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을 만큼 피가로의 입심은 사람들을 일깨웠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의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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