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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코피 쏟으며 오스카 캠페인…팀워크로 이겨냈죠"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기자 간담회

"인터뷰 600차례 등 살인적 일정

똘똘 뭉친 열정으로 오스카 홍보

거대 스튜디오 물량 공세 커버해

조금만 쉬고 뚜벅뚜벅 걸어갈것"

영화 기생충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끝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왼쪽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기생충’ 기자회견에 많은 내·외신 취재진이 참석,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이 보낸 편지 한 통 받았습니다. ‘고생했지만, 조금만 쉬어라. 다들 차기작을 기다린다’ 라고 쓰여 있더군요.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6개월 간의 ‘오스카 캠페인’과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전 세계의 ‘신드롬급’ 열기를 경험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은 진작부터 ‘번아웃’된 상태라면서도 벌써부터 쏟아지는 차기작에 대한 관심에 고마움을 표했다. 봉 감독은 19일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기자간담회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배우 송강호·이정은·조여정 등 ‘기생충’ 팀과 함께 참석했다. 간담회에는 수 많은 국내외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기생충 신드롬’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봉 감독은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 석권이라는 화려한 결말로 마무리된 6개월 간의 ‘오스카 캠페인’이 “게릴라전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 같은 회사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열정으로 뛰었다”며 “저와 (송)강호 선배님이 코피 흘릴 일들이 많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네온, 바른손 E&A, CJ ENM이 똘똘 뭉쳐서 팀워크로 물량 공세를 커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봉 감독은 캠페인 동안 인터뷰 600차례,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 진행하는 등 살인적인 일정을 송강호 등과 소화해냈다. 이어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이는 캠페인이 낯설게 보이기도 했지만, 이 과정이 “작품들을 깊이 있고 밀도 있게 검증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배우 송강호도 “오스카 캠페인은 상을 받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세계 영화인과 호흡하고 그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를 배운 과정”이라며 “6개월이 지난 지금 오히려 작아진 느낌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전작들과 달리 ‘기생충’이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은 이유에 대한 의견도 직접 밝혔다. 사회 문제에 블랙 코미디, 범죄 스릴러 등의 장르를 섞는 연출기법은 ‘괴물’ ‘설국열차’ 등에서 꾸준히 이어지는 봉 감독의 스타일이지만, 유독 ‘기생충’이 큰 관심을 끈 데 대해 그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일단 뛰어 났고, 현실에 기반한 톤의 영화라서 더욱 폭발력을 지녔을 것”이라며 “‘괴물’과 ‘설국열차’는 공상과학(SF)적인 반면 ‘기생충’은 우리 동 시대의 이야기, 우리 이웃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기생충’이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으면서 봉 감독은 물론 한국 영화는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존재가 됐다. 봉 감독도 해외에서 한국 영화산업의 역동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주류 영화와 독립영화가 분리된 오늘날 한국 영화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저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와 ‘기생충’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시나리오로 신인 감독이 영화를 찍으려고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젊은 감독의 모험적인 시도가 받아들여질지 의문입니다. 재능있는 친구들이 산업으로 흡수되기보다는 독립영화로 진출해 평행선을 그리며 가는 것 같습니다. 주류 영화와 독립영화가 상호 침투해 좋은 의미로 다이내믹한 충돌을 내며 발전할 수 있는 활력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한국영화 산업이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1980~90년대 커다란 붐을 일으켰던 홍콩 영화가 어떻게 쇠퇴했는지에 대해 선명한 기억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간담회에서는 그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쏟아졌다. 데뷔 이후 수많은 작품을 쏟아낸 봉 감독은 이미 2017년 ‘옥자’를 마치고 번아웃 증후군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기생충’은 그 와중에도 “너무 찍고 싶어서 영혼까지 긁어 모아 찍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그의 휴식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봉 감독은 자신이 “원래 노동을 많이 하는 인간”이라며스코르세지 감독이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를 소개했다. ‘이제 좀 쉬어라. 단 조금만 쉬어라. 우리 모두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으니’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봉 감독은 “오스카로 행복한 마무리를 했다”면서 “조금만 쉬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뚜벅뚜벅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몇 년 전부터 차기작 두 편을 준비해 왔다.

오스카 수상 이후 정치권에서 생가 및 동상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을 아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글쎄 그건 제가 죽은 다음에”라고 웃음을 터트리며 한 마디 보탰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한다.” /연승기자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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