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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진단]'특단의 대책'이 또 재정풀기인가

서정명 경제부장

비상경제 상황 극복의지 좋지만

親시장경제로 전환 없인 공염불

기업 氣살리는 그랜드플랜 필요

國富는 재정 아니라 기업이 창출

노동·공공개혁…경제체질 바꿔야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가 19일 서울 은행로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상반기 재정집행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권욱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백척간두에 선 우리 경제의 엄중한 현실을 인식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금은 비상 경제상황이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중요한 것은 정책 내용과 방향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친시장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은 채 뭉텅이 돈을 풀어 임시방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겠다고 달려드는 발상이다. 기우(杞憂)가 앞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재정의 60%인 137조원을 상반기에 집행할 계획”이라며 “재난재해 목적 예비비, 재난관리 기금 등 지자체 재원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용재원 3조4,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먼저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추경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해 “(문 대통령이 말한) 특단의 대책이라는 말에 많은 게 포함돼 있다고 본다”며 “재정 여력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언급했다. 추경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얘기다.

재정 확대가 틀린 것은 아니다. 적재적소에 자금을 집행해 경기회복의 디딤돌이 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에만 매몰돼 헬리콥터 돈 풀기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너지는 현실 경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냉철한 인식과 정책 전환을 위한 결단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1%에서 1.9%로 내렸고 노무라증권은 최악의 경우 0.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흔들리는 대들보(정책)를 고치지 않고 서까래(재정집행) 몇 개 까는 것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우선 친시장으로 돌아서야 한다. 국부(國富)를 만드는 것은 정부 재정이 아니라 기업이고 시장이다. 우리 기업들은 미중 무역갈등,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혹독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43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3% 줄었다.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정부는 수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지만 현실은 영 딴판이다. 법인세를 내리고 투자, 연구개발(R&D)에 대해서는 더 많은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 노조 청구서에만 귀 기울이지 말고 기업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다.



문 대통령과 홍 부총리는 노동과 공공 부문 개혁에 나서겠다고 목청을 높였지만 함흥차사다.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을 반영해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정부는 곶감 빼먹듯 추경에 손을 벌리는 구태를 벗어나야 한다. 습관성 추경에 의존하기보다는 경제체질을 바꿔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조2,000억원(일자리 창출), 2018년 3조8,000억원(청년 일자리 창출), 2019년 5조8,000억원(미세먼지·경기진작) 등 매년 추경에 의존했다. 이번에도 추경을 한다면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6년 연속이다.

야성적 충동을 일으켜야 할 기업에는 족쇄를 채우고 수돗물 쓰듯 재정을 쓰다 보니 나라 곳간은 줄줄 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법인세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예상보다 7조원 적게 걷혔다. ‘정책 오만’이 초래한 결과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서둘러 정책전환에 나서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보는 ‘그랜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vicsjm@sedaily.com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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