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환자 바이러스' 분리·유전체 분석 성공

박완범·오명돈 서울대 교수-마크로젠

中환자와 염기서열 99.7% 일치하지만

9개 유전적 변이 확인...의미 연구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킨 뒤 증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자현미경 사진. ①세포 내에 가득 모여 있는 바이러스 입자 ②세포 밖으로 이동 중인 바이러스 입자 ③세포 밖으로 터져 나온 바이러스 입자. /사진제공=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박완범·오명돈 교수팀과 마크로젠이 중국 우한에서 입국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환자로부터 바이러스 분리·배양 및 전장(全長·whole) 유전체 분석에 성공했다.

연구 성과는 19일 대한의학회의 국제학술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JKMS)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전자현미경 사진도 논문을 통해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박·오 교수팀은 중국 우한에 거주하다 국내 입국 후 코로나19로 확진된 환자의 호흡기(구강 인두) 샘플을 채취하고, 이를 세포에 접종해 바이러스(BetaCoV/Korea/SNU01/2020)를 순수 배양했다. 증식한 바이러스를 투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니 끝이 왕관처럼 뾰족한 모양으로 동그랗게 형성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입자가 확인됐다.

왕관 모양의 돌기들이 바이러스 입자를 둘러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을 뜻한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이어 마크로젠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NGS)을 활용해 이 바이러스의 전장 유전체를 분석, 중국에서 분리·분석한 바이러스와 염기서열이 99.7% 일치하지만 9개의 유전적 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이 유전적 변이가 어떤 유의미한 결과를 가지는 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중앙임상TF 자문위원장인 오 교수는 “새로운 바이러스 질환이 유행할 때 원인 바이러스 분리·확보는 질환 진단과 치료,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NGS 기법을 활용해 바이러스 전장 유전체를 빠르게 분석, 바이러스 분리주의 특성을 단시간에 밝힐 수 있었다. 이 기법이 향후에도 국내 유입 바이러스의 특성을 신속히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갑석 마크로젠 대표는 “NGS 기법을 활용해 최단 시간 내에 전장 유전체 분석을 진행, 9개의 변이를 발견했는데 이는 확진자 개인별 보유 바이러스의 유전적 특성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라며 “서울대병원과 긴밀히 협력해 국내 확진자들의 샘플을 추가로 확보,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e-mail]

국내 환자에서 분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계통. 서울대병원 박완범·오명돈 교수팀은 이 바이러스를 ‘BetaCoV/Korea/SNU01/2020’(빨간색)으로 명명했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감염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