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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100세시대] 은퇴 이후 '돈맥경화' 뚫으려면

■지진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집 활용한 주택연금 등으로 출구...일자리 통해 소득 연장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지진선 수석연구원




지난 2월 한국경제연구원에서 한국의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졌다는 보고서가 발표 나자 한국의 경제 혈류가 막혔다며 돈맥경화 현상의 심각성을 각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돈은 있지만 돈이 돌지 않은 현상, 이는 비단 국가경제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가계 경제, 특히 은퇴 이후에도 존재한다.

은퇴 이후 돈맥경화는 현금 소득 창출이 힘든 경우와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 형태로 있을 경우 나타난다. 즉, 퇴직 후에는 월급처럼 정기적인 소득이 중단되기 때문이며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얘기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은퇴 후 현금흐름이 부족한 개인의 돈맥경화가 국가의 돈맥경화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의 돈맥경화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 조치 등 직접적인 경제 원인도 있지만 고착화된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적 트렌드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고속 경제 성장을 이끌어오던 베이비붐세대의 대거 은퇴가 국가 경제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표상 고용이 늘고 실업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임금이 오르지 않고 물가가 제자리를 맴도는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인구 동태적 변화와 경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 기사에서 한국의 돈맥경화의 원인을 두고 “소비의 주체인 기성세대가 고령 세대로 넘어가면서 경기 불안에 따른 은퇴 준비에 여념이 없어 저축만 늘린다”고 진단했다.



현상은 미국과 일본과 비슷해 보이나 그 이면에 있는 한국의 특수성으로 인해 우리의 상황은 더 호락하지 않은 듯싶다. 미국과 일본의 은퇴자처럼 돈은 있으나 쓰지 않아서 돈이 흐르지 않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은퇴자들은 실제로 현금이 없어서 현금이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 마련과 자녀 뒷바라지로 늦어진 노후 준비와 턱없이 부족한 공적 연금은 현금을 손에 쥘 수 없게 하는 요인들이다. 또한 우리나라 일반 노년 가구의 보유 자산 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5.1%에 달한다. 가계의 금융자산이 40~70%를 차지하는 OECD국가들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처지에 놓인 한국 은퇴자들은 현금흐름을 창출해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남은 게 집밖에 없다면 주택연금 등 주택을 활용한 전략을 짜야 한다. 모아둔 현금이 남은 생애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면 일자리를 통해서 소득을 연장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일자리 소득과 관련해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중 ‘고령층 가구의 소득과 자산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의 주요 내용은 주목할만하다. 고령층 가구의 소비지출은 자산 소득보다 근로 소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개인의 측면에서도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서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얻는 것이 보다 확실하다. 메릴린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은퇴자의 절반이 첫번째 은퇴 전 평균 29개월간의 경력전환기를 갖고 일터 복귀 후 평균 9년 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과 국가 측면에서도 생산 인구가 감소하는 고령화 시대에 경력자를 재교육해 사회에 투입하는 것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 가계 구조와 문화의 특수성에 놓여진 사람이라면 노후 자금의 동맥경화를 경험할 수 밖에 없다. 국가가 은퇴 가구에 직접적인 현금을 건네주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은퇴 가구 스스로 현금을 창출시켜 원활한 생활과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은 협조해야한다. 가계 노후 자금의 돈맥경화를 돌파해야 국가 경제 돈맥경화도 조금은 숨통이 트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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