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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PF' 차환발행 실패...증권사 수백억씩 떠안아

<이번엔 PF發 유동성 위기>

4% 고금리 PF ABCP 발행하기도

내달까지 'PF 전단채·CP' 만기 12조

3년 이상 장기부동산 개발 사업대출

3개월짜리 자금으로 롤오버했는데

코로나 서든 스톱...유동화시장 공황





증권사가 보증한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이 해외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에 이어 단기자금 시장의 새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말에서 다음 달까지 12조원이 넘는 단기 PF 유동화증권의 만기가 돌아오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분기 말까지 겹쳐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증권사들이 차환발행(롤오버)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가뜩이나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차환발행에 실패한 기업어음(CP)를 자체 자금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떠안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만기가 돌아온 300억원 규모의 ‘인베스트에이치제일차(헌인도시개발PF)’ 자산담보유동화기업어음(ABCP)은 50억원만 차환발행됐다. 나머지 250억원은 매입약정 보증을 섰던 한화투자증권이 자체 자금으로 떠안았다. 차환발행된 50억원도 증권사의 신용보강으로 신용등급이 A1임에도 불구하고 3개월물이 4.2%에 달하는 높은 금리에 투자자를 겨우 구했다. 앞서 지난 23일에도 약 1,000억원어치의 부동산 PF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4건이 만기였지만 차환발행에 실패하면서 보증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등이 자체 자금으로 매입했다.

증권사의 경우 매일 돌아오는 PF 관련 유동화증권의 규모가 수백억~수천억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자금시장이 경색돼 고금리 차환발행으로 겨우 돌려막기를 이어나가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수요가 사라지면서 증권사가 보증하는 3개월짜리 CP금리(신용등급 A1)는 통상 1.8~1.9% 수준이었으나 이달 중순 2.4~2.5%까지 올랐으며 최근에는 3%까지도 나오고 있다”며 “그나마 이 선에라도 투자자를 구하면 다행일 정도”라고 말했다. 시장에 나오는 부동산유동화 CP와 전단채는 단기금리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고금리 차환발행도 여의치 않으면 결국 매입약정(유동성 공급)이나 매입확약(최종상환 보증)을 한 증권사들이 이 물량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빡빡한 증권사들의 자금 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 유동성 경색의 주 원인은 해외 ELS 마진콜과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의 만기 차환발행 리스크”라며 “최근 일주일간 증권사들이 단기채 시장에서 급전을 당겨 보증을 선 PF 유동화증권의 만기를 돌려막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수년간 필요한 장기 부동산 개발 자금을 3개월 단위의 단기 유동화증권으로 끊어 차환발행을 이어온 것이 리스크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3년짜리 PF 대출을 6개월~1년 만기의 CP보다 더 짧은 3개월 미만의 전단채로 돌리는 ‘PF 프로그램’이 일반화됐다”며 “이는 조달 비용을 낮출 있는 데다 만기가 짧아 투자자를 구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기자금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평시에는 발행사와 투자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지만 코로나19로 유동성이 갑자기 끊기는 ‘서든 스톱’이 오자 부동산 유동화 자금시장을 공황상태로 몰아넣은 원인이기도 하다.

26일부터 이달 말까지 돌아오는 PF 유동화 전단채와 ABCP 규모는 각각 2조4,985억원과 6,628억원 등 총 3조1,612억원에 달한다. 4월에는 각각 7조8,015억원과 1조6,733억원 등 총 9조4,758억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부동산PF유동화증권의 대부분은 증권사들이 매입약정 또는 확약 등의 보증을 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증권사들이 4월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가동되기만을 기다리며 버티는 중”이라며 “문제는 다음 달 더 큰 규모의 PF유동화증권 만기가 몰려 있어 무사히 리파이낸싱이 될지는 가봐야 안다”고 말했다.

/김민경·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장기 부동산 개발 자금, 이자 싼 3개월 단기로 롤오버하며

‘최대 4%의 고율’ PF 보증 수수료 누린 증권사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부동산 개발 사업성을 담보로 당장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과거에는 저축은행이 주로 대출을 담당하고 대형 시공사들이 신용보강을 하는 구조로 PF 자금조달이 이뤄졌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은행권에 대한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증권사들이 부동산 PF시장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특히 증권사들은 직접 PF대출보다는 신용보강을 해주고 이에 따른 고율을 수수료를 챙겼다.

채무보증 유형은 두 가지로 ‘매입확약’과 ‘매입약정’이 있다. 매입확약은 PF대출의 최종 상환을 지급보증하거나 미분양 시에도 담보대출을 책임진다. 상당한 위험을 지기 때문에 수수료가 인수금액의 2~4%선이다. 매입약정은 PF유동화 증권의 차환 발행이 안될 경우 증권사들이 일단 인수한 후 시장에서 재매각하는 방식의 신용공여다. 수수료는 0.1%~0.5%선이다.

증권사들이 그동안 PF보증에 열을 올린 것은 고율의 수수료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증권사들의 부동산 PF채무보증규모는 26.2조원으로 전체 금융권(28.1조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여전사(0.7조원)과 은행(1.2조원)이었다.

특히 고수익-고위험인 매입확약을 중심으로 채무보증이 증가했다. 그러면서 일부 증권사는 과도한 채무 보증을 제공해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위 3개 증권사의 지난해 6월말 기준 자기자본대비 채무보증 규모는 76~187%에 달한다.

증권사들이 3개월 미만의 PF유동화 전단채 발행을 늘리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채라 금리가 낮아 발행사도 좋고, 짧은 만기를 원하는 투자자도 좋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딜이었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증권사들의 신용보강으로 1.8~1.9%대에 ABCP를 발행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커질 때 차환발행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평소에는 롤오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현재도 언더라잉 에셋(부동산)에는 문제가 없는 단기적으로 유동성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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