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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백성기 위원장 "배움에 목마른 미얀마 젊은이들, 대학 통해 '희망의 싹' 틔웠으면"

<백성기 KAFA 대학설립추진위원장>

군사정부 시절 대학 탄압하고 신입생 안받아

민주정부 들어섰지만 교육시설 턱없이 부족

학교설립 제안 받고 학자로서 봉사위해 수락

예산문제로 '미네르바 스쿨' 온라인大 벤치마킹

미얀마 정부도 기숙사 부지 무상 제공 등 지원

학생들 양질의 교육받고 한국과 협력 밀알 되길

백성기 한국아세안친선협회(KAFA) 대학설립추진위원장이 27일 서울경제와 만나 미얀마 현지 지도를 가리키며 미얀마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포항공대 총장을 지낸 백성기 한국아세안친선협회(KAFA) 대학설립추진위원장. 대학 총장까지 지낸 원로학자가 미얀마에 대학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작정 그를 찾았다. 백발에 하얀 와이셔츠를 차려입은 모습이 영락없이 학자다. 원로학자가 미얀마에 대학을 설립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어느 정도 규모의 대학을 설립하는 것일까. 단정한 모습과 차분한 어조로 기자를 맞이한 그는 머리에 가득 찬 여러 궁금증에 대한 질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얀마에 대한 열정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27일 서울 수서에 위치한 KAFA 사무실에 만난 백 위원장은 미얀마에 대한 역사 이야기부터 풀어냈다. “미얀마는 지난 1962년 사회주의를 채택한 후 1988년에 학생들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어요. 군사정부가 시위에 참여한 3,000여명의 학생을 학살한 아픈 역사를 가진 국가입니다. 그런데 2012년에 미얀마에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희망의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겁니다. 문제는 민주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수많은 대학이 문을 닫고 교수들도 떠나 대학 교육의 필요성이 그 어느 나라보다 높은 나라로 꼽힙니다.”

백성기 한국아세안친선협회(KAFA) 대학설립추진위원장이 27일 서울경제와 만나 미얀마 현지 상황과 대학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오로지 학자로만 지내온 백 위원장이 과연 해외에 대학을 설립할 수 있을까. 자금 문제에서부터 교육과정 수립, 교육 인증, 학생과 교수 모집 등 수많은 난제를 대학교수와 총장 경험만으로 해결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백 위원장은 “저 혼자서 대학을, 그것도 해외에 설립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 “협회에서 많은 분이 도와주고 선행을 베푼 분이 있었기에 저는 실무적으로 대학을 설립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자신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미얀마 대학 설립 추진 배경도 털어놓았다. 한 기업인이 미얀마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종교재단에 기부한 뒤 재단이 주축이 돼 이를 실행할 적임자로 백 위원장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물론 이백순 당시 주미얀마 대사의 조언이 작용했다. 이 대사는 “미얀마에 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라면 대학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대학 설립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해 종교단체는 기부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대학 설립으로 방향을 정한 상태였다. 미얀마 군사정부의 경우 과거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를 의식해 대학을 쪼개고 신입생 충원도 허용하지 않는 등 대학 교육에 대한 탄압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미얀마 대학 교육의 양과 질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2016년 5월에 연락을 받은 백 위원장의 기억은 뚜렷했다. “제가 포항공대 총장직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고 2014년부터 대학구조개혁위원장(교육부 산하)직을 수행하고 있던 상황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미얀마에서의 대학 설립을 주도해줄 수 있느냐는 연락이었지요.” 백 위원장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편안한 노년을 보낼 정신적·시간적인 여유보다 뜻깊은 일로 노년을 보내는 것이 훨씬 소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에서 대학을 설립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무작정 미얀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지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미얀마 정부의 지원을 약속받은 후 이제는 실무작업에 돌입하는 것만 남은 터였다.

백 위원장은 이후 KAFA 이사 겸 KAFA 내의 대학설립추진위원장을 맡으며 실무작업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한국을 방문한 미오 테인 기 미얀마 교육부 장관과 만나 대학 설립 추진 의사를 밝혔더니 미얀마에서도 적극적이었다”며 “미얀마 정부가 수도 근처인 네피도에 부지를 무상으로 확보해주겠다고 하면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정부가 약속한 부지는 전체 46만2,809㎡(14만평)에 달한다.

백성기 한국아세안친선협회(KAFA) 대학설립추진위원장이 27일 서울경제와 만나 미얀마 현지의 교육열과 대학 설립의 필요성을 떠올리며 미소를 머금고 있다. /오승현기자




하지만 예산 부족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백 위원장은 이에 따라 온라인 화상 교육으로 대학 교육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모델인 ‘미네르바 스쿨’을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미네르바 스쿨은 미래 대학의 대안으로 평가받는 교육기관으로 2014년에 설립됐다. 재학생은 현재 500명 안팎.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 인도 하이데라바드, 영국 런던, 대만 타이베이 등 세계 7대 도시에 기숙사를 운영한다. 학생들은 기숙사가 운영 중인 전 세계 7개 도시를 돌면서 온라인 화상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교육을 받는다. 미네르바 스쿨은 한때 300여명을 선발하는 신입생 모집에 1만6,000여명이 지원해 하버드대보다 들어가기 힘든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백 위원장은 “미얀마 현지의 양곤 원격 대학과 올 2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양곤 원격 대학 산하의 공과대학과 경영대학·의과대학·예술디자인대학을 설립할 것”이라며 “다만 캠퍼스는 짓지 않고 미네르바 스쿨처럼 기숙사를 지어서 500여명의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대학 공부를 하게 하고 양곤 대학 학생들이 온라인 화상 강의를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대학이 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수년간의 운영까지 한 뒤 양곤 대학 측에 모든 것을 건네준다는 계획이다. 미얀마 현지의 양곤 원격 대학은 현재 26만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지만 주로 인문과 사회·기초과학에 대한 강의만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 화상 강의를 통해 26만명의 학생도 공과대학과 경영대학 등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파급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전 세계가 학과 간의 벽을 허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인문과 사회과학 전공 대학생도 이공계 강의를 들으면서 지식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며 “미네르바 스쿨의 강의 플랫폼 도입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도 서두를 것”이라고 구체적도 계획도 털어놓았다.

미얀마의 인프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백 위원장은 “최근 4년 사이에 인구의 95% 이상이 스마트폰을 보유할 정도로 인터넷 환경도 급격하게 개선되고 있다”면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온라인 화상 강의가 이뤄진다면 투자비도 줄일 수 있고 미얀마의 지방에 있는 학생도 온라인 수업을 통해 지식을 쌓아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적·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인 만큼 훌륭한 교수도 모실 수 있어 빠른 시간 안에 대학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얀마 국민들의 영어에 대한 친밀감이 높은 점도 대학 교육 확대에 안성맞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영국령이었던 아픈 역사로 인해 오히려 영어에 대한 친밀성이 아주 높다.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시험도 영어로 치러야 한다”며 “온라인 화상 강의를 담당해줄 교수도 미얀마 현지에서 찾을 필요 없이 학생들이 영어에 친숙한 만큼 전 세계 석학으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백 위원장은 미얀마에서의 대학 설립이 단순히 대학 한 개를 설립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몰고 올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했다. 미얀마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일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 등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는 “미얀마 현지인들의 분위기는 거대한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을 두려워하면서도 1942년부터 4년간 일본의 지배를 당한 경험으로 인해 일본에 대해서는 반발하는 심리가 강하다”며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 내 강력한 경제성장을 이뤄낸 것과 K팝 등에 따른 한국에 대한 동경심이 강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미얀마 현지의 대학 설립을 계기로 한국과 미얀마 간의 교류와 협력이 강화된다면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될 수 있다”면서 “미얀마는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지만 자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전력과 도로 등의 인프라가 취약한 만큼 한국 기업들도 미얀마 현지를 공략할 수 있는 좋은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대학 설립 시기인 오는 2022년을 불과 2년을 앞둔 현재 백 위원장은 여전히 미얀마 현지에서 정부 관계자와 대학 기숙사가 들어설 부지를 확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에도 외국인들이 연희·이화·배재학당 등의 학교를 세워 우리나라를 깨운 것처럼 이제는 우리도 미얀마에 대학을 설립해 그들을 깨워 보답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경제 성장과 고등교육의 양과 질은 병립하면서 성장하는 만큼 한국인이 세우는 미얀마 대학이 미얀마 젊은이의 고등교육에 대한 욕구를 채워 한국과 미얀마 간 협력의 밀알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He is…

△1949년 경기 수원 △1971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1981년 코넬대 재료공학 박사 △1986~2014년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2007~2011년 포항공대 총장 △2011년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분야 위원장 △2014~2018년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2016년~ 한국아세안친선협회(KAFA) 대학설립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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