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공천학살’과 ‘험지 차출’로 정치적 부침을 겪어온 주호영 의원(5선)이 21대 국회에서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원내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주 신임 원내대표는 8일 당선 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시 돌려드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며 “유능한 수권 정당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당의 연이은 실패는 진정한 집권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패배 의식을 씻고 손을 잡고 최선을 다해 당을 재건하고, 수권 정당이 되도록 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비상대책위원장 수락 가능성도 커졌다. 그는 “오는 8월 조기 전당대회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김 전 위원장을) 뵙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새 국회가 6월 개원하고 상임위원회 구성 등 절차를 볼 때 당권 투쟁을 위해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또 미래한국당과의 합당에 대해 “가급적 빠르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통합당과 한국당의 합당에 찬성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국민의당과의 연대와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당선자 총회에서 같이 논의하겠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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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신임 원내대표의 당선은 21대 국회 당선자 84명 가운데 59명이 주 의원과 이종배 정책위의장 후보자에게 몰표를 던지면서 싱거운 승부로 막을 내렸다. 총선에서 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을 얻었지만 이 중 초선 의원이 40석에 달한다. 지역구별로는 영남권에 56석이 몰려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 신임 원내대표에 대한 압도적인 몰표는 초선과 영남권 당선자들의 지지에 따른 것이라는 게 통합당 내부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통합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의 경우 주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분위기가 역력한 상황에서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까지 결국 주호영·이종배 쪽으로 기울면서 승부가 일찌감치 결정됐다”고 귀띔했다.
주 신임 원내대표는 이번 경선에서 초선 의원들의 표심에 공을 들였다. 그는 투표에 앞서 4시간가량 진행된 토론에서 “천시(天時)와 지리(地利)가 아무리 좋아도 인화(人和)만 못하다고 한다”며 “모두가 만족하는 상임위 배정”을 약속해 호응을 얻었다. 그는 특히 전체 지역구 3분의2가 영남권에 몰려 있다는 ‘영남 지역 정당’ 우려와 관련해 “우리를 지지하는 세력을 폄훼하는 정당이 어떻게 잘되겠느냐”면서 영남권 원내대표에 대한 경계론을 허물었다.
주 신임 원내대표는 앞으로 1년 동안 통합당을 재건하는 책임을 짊어지면서 여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대여 관계와 관련해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보다 상생과 협치로 야당을 설득하는 게 훨씬 빠르다는 점을 여당에 간곡히 말씀드리고, 저희들도 현실적인 의석수를 인정하고 국정에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하겠다”며 “하지만 소수자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으면 국가 경영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점을 여당이 명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김태년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제안한 상시 국회 도입과 관련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이 많기 때문에 일하는 국회는 저희들도 찬성”이라고 화답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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